[충청일보 서한솔기자] 과거 역사 속 오늘, 충청일보 신문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과거 이슈뉴스를 선정해 브리핑해드립니다.

 

 "항의할 곳 몰라요"

<1993년 6월 27일> 수입품 피해구제 어려워

 

요즘 해외 직구, 즉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직접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죠.
23년 전에도 수입품을 애호하는 한국소비자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직구’라기 보다는 수입된 제품을 구매하는 개념인데요. 이에 따른 피해 구제가 어려워 불만이 높다는 기사입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수입상품 소비실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 대부분이 상품의 불만과 피해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항의하지 못한 이유가 단순합니다. 답변 중 “어디에 항의할지 몰라서”가 가장 많았다고 하네요.

최근 건강기능식품 직구도 몇 년 새 크게 늘었는데요.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든 건강기능식품이 대거 적발됐다고 합니다. 심장마비나 환각 증세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동물용 의약품에 쓰이는 성분까지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해외제품 역시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해야겠습니다.

 

“네가 태어나던 해에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

<2002년 6월 27일> 태극전사 ‘유종의 미 거둔다’

29일 터키와 3~4위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02년 여름을 잊지 못할 텐데요.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와 그들을 응원했던 붉은악마로 뜨거웠던 여름입니다.
“4700만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안기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태극전사들이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터키와 3~4위전을 치른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기억해야할 것이 있지요.
우리가 축구에 열광하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 위에서 희생했던 진정한 전사들입니다.

14년 전 서해상에서는 제2연평해전이 벌어져 6명의 해군이 전사했습니다.
이틀 뒤면 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14년이 되는 날인데요.
지난해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되며 조금은 가려졌던 연평해전의 이야기가 공개되었지요.
늦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희생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넋을 기렸습니다.

어떤 뉴스와 신문에서도 자세히 담지 못했던 그 이야기를 연평해전 당시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이봉기 강원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수기를 통해 엿볼 수 있었는데요.
이 교수의 수기 <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 중 일부입니다.

“군대온 이래로 목격한 가장 많은 기계와 약병들을 달고 있는 환자였다. 파편이 배를 뚫고 들어가서 장을 찢었고, 등으로 파고 들어간 파편은 등의 근육과 척추에 박혀있었다”

“너는 반드시 살려낸다! 박 상병의 숭고했던 행동을 여러모로 전해들은 우리 군의관들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이기심으로 질펀한 세월을 뚫고 오면서 형편없이 메말라 버린 내 선량함에 박상병의 회생은 한통의 생수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

"갖가지 대의명분으로 치장 해도 전쟁은 부서지는 육체와 영혼을 제물로 삼아야 한다. 전장에서 맞닥뜨려야 할 맹목적인 폭력들. 그리고 잇따르는 수많은 이의 비극들. 이를 막기 위한 소위 ‘전쟁억지력’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만들고, 더 많은 무기를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아이러니…"

끝으로 이 교수는 “삶은 계속되기에 여전히 아름답다”는 말과 함께 딸이 태어나던 해에 겪었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우리 바다를 지키다 희생된 참수리호 여섯 용사,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젊은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숭고한 희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6월 마지막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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