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2016년 6월 23일 영국 국민들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일을 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문 1면과 TV메인 뉴스를 온통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는 브렉시트(BRExit) 소식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브렉시트는 그동안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조류에 역풍을 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데서 브렉시트의 성공 여부가 관심을 끈다.

 그 동안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던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방해되는 각종 규제와 노동법, 복지정책, 세금, 독점규제법등을 철폐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대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중소기업과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불리한 정책이다. 신자유주의는 정리해고, 파견노동제, 임시직과 성과급제도의 확대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복지제도를 축소하자고 주장한다. 그 결과 한국을 포함해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영국의 경우도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과 노년층들이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유럽연합 가입으로 경제적으로는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표로 응축된 결과이다. 영국 내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유럽연합을 떠나는 길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유럽연합 가입으로 인해 이민자를 지원한다고 연금재원이 부족해지고 그들을 돕기 위해 연금재정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바람에 복지가 축소되고 그들이 영국에 들어와 임금을 낮추어 버리는 바람에 저소득층과 노년층들이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살기가 편할 때는 감수할 수 있는 자비심이 남아 있겠지만 사는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노년층들은 과거 대영제국의 잘 나갔던 시절이 그리워지고 자신들과 상관없는 돈 먹는 하마인 이민자들을 쫓아내면 자기들끼리는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또 다른 이유로 역사적으로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독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유럽연합에 연간 30조원 가까운 막대한 분담금을 내면서도 돌려받는 것은 적을 뿐더러 각종 법규들에 강제되어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상처 입은 자존심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역사적으로 유럽연합의 탄생은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영국의 수상 처칠이 했던 "전후의 유럽은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유럽 각국이 협력해 합중국을 건설하고 상호 발전을 이루는 번영의 장으로 나아가자"라는 연설에서 시작된 셈인데 같은 영국 수상인 캐머런이 국내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유럽연합 탈퇴 으름장을 놓다가 얼떨결에 탈퇴가 결정되어 버린 상황이 되어 브렉시트를 시발점으로 자신들이 만든 유럽연합의 붕괴를 걱정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 브렉시트를 필두로 그동안 논의가 잠정 중단되어 있던 슬로바키아의 슬렉시트, 네덜란드의 넥시트, 프랑스의 프렉시트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앞둔 우리의 입장에서는 뭉치지 말고 각자 따로 살자는 브렉시트가 한반도 통일 논의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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