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동남권 신공항' 평가결과가 나왔다.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한몫을 하는 등 갈등구조가 재연되었다. 평가용역은 '프랑스 신공항 용역팀'에서 맡았다. 1000점 만점에 김해공항 확장 818점, 밀양 665-683점, 가덕도 581-635점의 결과로 나타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선 쟁점사항으로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만약 대선공약으로 재연된다면 참으로 지역감정이 격화되는 결과가 빗어질 게 뻔하다.

 신공항 입지 연구 용역을 맡은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와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안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모든 측면에서 김해공항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ADPI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였고 세부평가항목은 7가지였다. 이를 토대로 김해공항 확장안과 가덕도와 밀양에 각각 활주로를 1개 또는 2개 설치하는 등 총5개 방안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했다.

 우선 공항운영, 성장가능성, 접근성, 사회경제적 영향, 생태환경성, 사업비, 실현가능성 등 7개 평가 항목에 각각 50~300점씩의 배점을 부여했다. 공항접근성과 생태환경성, 비용 등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한 시나리오 1~3에서 김해공항은 800점대를 받은 반면 나머지 공항은 가덕도 495점(활주로 2) 밀양 722점(활주로1)에 그쳤다. ADPI는 이 같은 분석과정에서 부산과 경남, 울산, 경북, 대구 등 5개 지자체가 추천한 전문가 자문회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자문했다고 밝혔다. ADPI는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 전 이명박 정부 때 논의돼 온 신공항 후보지를 모두 대상에 올려놓고 원점에서 입지를 다시 검토했다.

 이상에서 보듯 신공항 후보지 평가는 그런대로 공정성이 담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5년 전 이명박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가능하다는 점과 상반되므로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충분히 해소시켜주길 당부한다. 해당 지자체와 정부부처 이기주의가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 또한 한몫을 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신공항 공약 표몰이를 해 부산과 대구를 갈라놓았다는 게 지배적이다. 지자체는 기존공항 활용 등 대안을 제쳐두고 경기를 띄우려는 목적으로 치열한 유치 경쟁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국토부는 지자체 주민 갈등을 불구경하듯 했고 조직 예산을 키우려고 신공항 건설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무안공항건설과 관련하여 지역갈등이 증폭된 경험을 했다. 그런데 이것을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소모전을 벌인 셈이다. 선거 때마다 무한공항 활주로 확장 얘기가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이용 면에서 빈도가 낮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주요정책 결정은 신중하게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최대공약수를 가지고 판단했다면 이를 수용하는 국민적 성숙함이 있어야 한다. 영남권 시도지사는 신공항 유치 경쟁을 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동합의문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야는 더 이상 신공항 문제를 내년 대선에 등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반복되는 소모전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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