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사상 최대의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그 숫자가 9.7%라니, 10명 중 9명은 취업을 한다는 말인가? 뉴스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최근 체감실업률이 34%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가 뒤따랐다. 항상 숫자는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의미가 널뛰기 한다. 정식 취업이라고 할 수 없는 알바생들까지 취업자에 포함되었다니. 그것은 그들이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다니고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면서 찾고자 했던 직업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한국교원대학교에는 엄청난 수재들이 몰린다. 소위 '교사'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좋은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00명이 넘게 수강하는 '삶과 진로'라는 교양 강의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중 공부가 좋은 사람 있으면 손들어 봐요" 나는 그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학생 중 손을 든 사람이 열 명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자기는 공부하기 싫은데, 평생 남 공부시키는 직업을 선택했단 말이야?" 그건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배우는 사람에게도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너희들은 왜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거니?"라고 물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나는 속으로 답했다. "좋은 직업이기 때문에 선택했구나. 사회에서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공부를 사랑해서, 아이들에게 너희가 사랑하는 공부를 가르쳐 주고 싶은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데 교사가 된 후에 많은 제자들이 학교에서 몸부림친다. "아! 너무 괴로워. 이 지겹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투쟁에서 어떻게 벗어나나?" 자신이 사랑하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는 것은 비록 안정된 수입원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수십만 명의 '공시생'들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첫 번째가 초등 교사이다. 그 다음이 의사, 공무원 그리고 다시 중등 교사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 때부터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는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직업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

 중고등학생들이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주는 직업'을 원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을 꾸지 못하게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좋은 직업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길러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너무 어둡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