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든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통해서만 획득된다. 따라서 현대인이면 누구든지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는데 참여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미에서는 이와 같은 직업정신이 17세기부터 수백 년을 거치면서 체질화되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자부심을 갖고 창조적으로 열심히 일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직업정신의 계승과 실천은 오늘날 유럽과 미국을 흔들리지 않는 국가공동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중소기업 수준에 부합하는 역량을 보유한 청년들도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에는 취업하지 않으려는 풍토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고질병이다. 그 결과 청년실업자 수는 점점 증가하여 1백2십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진정한 사회개혁,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존재양식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바친 체코 출신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작품 <정체성>에서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주위로부터 이름을 불리는 것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그의 이름이 불릴 리 없다. 이처럼 이름을 잃고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우리사회에서 갈수록 청년실업자가 증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탓이 크다. 두 번째로는 많은 구직자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노동시장에서 구직과 채용 간에 불일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실업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국가적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설득하고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무조건 중소기업이나 영업직으로는 취업할 수 없다는 그릇된 전통과 규범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는 청년들 스스로가 이러한 질곡의 전통을 깨뜨려야 나라 전체가 살 수 있다. 자신의 능력수준은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높은 취업욕구와 기대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도 이제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 변화가 대세인 격동기 속에서 반드시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만이 경력개발의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대졸 인력이 40만 명이나 부족하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대학과 정부가 앞장서서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도록 계몽하고, 대졸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에게는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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