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충주 주덕고

▲ 주덕고 방과후학교의 바리스타반에서 학생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요리·바리스타·미용반 등
진로 자격증 취득반 운영
160여명 전교생 무료로
방과후활동 참여 '눈길' 

◇끔찍한 학교의 깜찍한 아이들

충북 충주에서 음성방향으로 20여분을 달리다보면 초록들판 가운데 높다란 메타세콰이어에 둘러싸인 키 낮은 이층 건물이 있다. 그 속에 오똑 삼십년 넘어 지탱해온 주덕고등학교는 비평준화제도에 떠밀려 소외당한 아이들과 냉혹한 현실의 아픔을 덤으로 떠안기 위해 존재하는 고립된 섬이다. 전교생 160명, 7학급의 소규모 농촌학교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충주나 주변 시골에서 원거리 통학을 한다. 재학생의 대부분은 차상위 계층이며 결손가정임은 말할 것도 없다. 타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학력향상을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주덕고의 방과후 프로그램은 졸업 후 아이들의 생계를 위한 생존 프로그램이고 이에 소용되는 비용은 부담을 더는 정도가 아닌 모든 프로그램이 전액 무상이어야만 하는 절대적 필요성이 담겨있다.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낡고 빛바랜 외관과 현대화 시설과는 거리가 먼 초라한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은 청량한 종소리와 같고 나름의 미래를 계획세우는 진지한 모습 속에 삼류라는 끔찍한 낙인을 부적삼아 깜찍하고 예쁜 미소를 담아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나요?"

◇학교와 학생은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퉁퉁 부은 얼굴을 들이밀며 하나 둘 등교하는 학생들은 조용히 나타나 아무런 변명도 질문도 없이 엎드려 있다. 오후 종례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메타세콰이어 울타리 사이 널따란 공간 속으로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춘다. 사라지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곳에 발령받은 선생님들은 겪어본 적도 없고 상상도하기 어려운 일상들이 일생의 마지막 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내신서를 작성하고 떠났다. 조용한 학교에 남겨진 몇몇 선생님들은 샘솟는 질문들에 싸여 고민에 빠졌다. 교사는 수업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교과서가 필요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다시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없는 텅 빈 학교에 매일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고 그 안에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같이 꿈을 설계해볼까

2015년 주덕고의 정서적 빈곤을 감지한 사회 선생님이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동반한 주덕 인문학 동아리를 구성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토론 시간이 교사 학생 간의 소통의 장이 되었고, 전교생이 독서와는 거리가 먼 줄로만 여겼던 선생님들의 고정관념을 조금씩 깨트리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기존 인문동아리 친구를 따라 독서토론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갔고 초빙 강사 특강 대 담회에서 그들은 제법 날카로운 질문과 명석한 분석력을 보여주었다. 나날이 괄목상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이를 지켜보는 다수 선생님들은 많은 감동을 경험하고 그동안 지녀온 여러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도 또 다른 방과후 학교 실적은 진로 자격증반 운영이었다. 학생선택에 의해 선정된 프로그램 과정으로 토털공예 자격증반과 요리지도사 자격증반을 개설 운영하였다. 그 결과 자격증 획득률 77.5%의 높은 성취율과 더불어 진로 탐색의 기회와 기대감을 부여하는 계기로 자리 잡아 주었으며 성취감이 미약한 주덕고 학생들에게 자존감과 의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부족하고 부족하고 아직도 부족하여

2015년 겨울방학 무렵 내신서를 쓰지 않고 주덕에 남기로 작정한 몇몇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해 주덕 T/F팀을 구성했다. 2015년 12월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공립형 대안 학교인 태봉고와 현천고를 방문해 그 곳에서 다양한 학생 선택형 방과후 활동 사례와 실적을 접하고 우리 마음속에 새롭게 변하는 주덕고를 그려보았다. 주덕 T/F팀은 겨울 방학동안 수차례 모임을 가지고 교육력 도약 프로젝트를 구상하였고 그 뜨거운 열기로 2016년을 시작하는 1월이 따스한 봄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2016년 주덕고는 학생들의 자율적 희망 선택에 따라 전교생이 자격증 취득함을 목표로 요리, 바리스타, 미용반등 특기적성 10개 강좌와 메이크업, 사물놀이, 밴드, 사진반등 다수의 자율동아리 강좌를 개설했다. 매일 학교보다는 아르바이트 장소를 누비며 밤늦도록 고깃집 불판을 닦느라 아침 등교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지친 손아귀에 커피 머신과 미용 가위를 쥐어 주며 미래를 위한 나름의 진로를 설계해 주었다. 그 결과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 81.3% 학부모 93.7%가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해 1학기 프로그램 운영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아마 전국 인문고에서 전교생이 수업료 부담 없이 방과후 활동에 전원 참여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황량했던 메타세콰이어는 깃털 모양의 초록 잎이 무성해졌고 매일 아침 미소와 함께 등교 길 학생들을 하나하나 반겨주시는 장상철교장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과 더불어 16명 주덕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희망 꿈나무를 심어주는 무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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