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A와 B는 부부이다. A와 B는 어느 날 저녁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여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A는 그 자리에서 술을 몇 잔 마셨다. 모임이 끝난 후 남편 A는 습관처럼 운전대를 잡았고, B는 조수석에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상대차량 운전자가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순간 A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냐하면 A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두 차례나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고, 이번 사고로 또다시 자신이 음주운전을 한 것이 적발 될 경우 전보다 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두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두 차례 받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측정 결과 혈중 알콜 농도가 0.05% 이상일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이 분명했다(혈중 알콜 농도가 0.05%이상 0.1% 미만일 경우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그러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2회 받은 사람이 또 다시 운전면허 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한 경우, 면허가 취소되고 2년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A가 옆 자리에 앉은 부인 B에게 그 같은 사정을 말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운전한 걸로 하자" 잠시 망설이던 B는 어쩔 수 없이 남편A 말에 따르기로 하고 자리를 바꿔 앉았고, 사고 접수를 받아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A와 B의 태도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두 사람을 따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A와 B가 사고 이후 자리를 바꿔 앉았으며, 실제 운전한 사람이 A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 사례에서 A와 B 중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정답은 A와 B 모두이다. 우선 A는 B와 자리를 바꿔 앉기 전까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였으므로 음주운전으로, 또한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부인 B로 하여금 B가 운전하였다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하였으므로 범인도피 교사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범인 아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가장케 하여 수사를 받도록 하여 범인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는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부인 B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지만 배우자이기 때문에 친족 간 특례가 적용되어 범인도피죄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의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죄를 범한 자를 위하여 그를 도피하게 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부인 B의 경우 남편 A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동승하였으므로 A의 음주운전 방조범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B의 허위 진술은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죄를 감춰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겠지만, 결국 그로 인해 남편의 죄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만일 B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남편 A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제지했더라면, 그리고 운전자를 바꾸자는 A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A의 죄는 음주운전으로 그쳤을 것이다. 부부 간에 나눌 것은 사랑이지 죄를 나눠가지려 해선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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