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현 청주 예미담병원 원장
지금까지의 관련 연구, 즉 치매와 영양학적 위험 요인의 상관 관계에 대한 논문 검색에 따르면 명확하게 그 인과가 검증된 것은 없었다.
다시 말해 어떤 음식이 치매나 인지 기능의 저하를 유발하는지, 아니면 치매의 발생 빈도를 낮추고 떨어진 인지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반복적으로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없었다.
하지만 비타민 B와 E, n-3 fatty acid docosahexanoic acid (흔히 말하는 DHA)와 같은 물질은 치매의 예방이나 인지 기능의 회복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논문에서 뇌신경세포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것이 많았다.
위 물질 외에 뇌신경세포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에는 불포화지방산, 케로틴, 폴리페놀, 비타민D가 있는데 처음 언급한 세 가지 물질보다는 그 관련성이 약했다. 반대로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는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 과도한 철·구리·엽산 섭취, 만성적 비타민 B12 부족 상태가 근거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면 자주 섭취할 경우 뇌신경세포의 추가적 손실을 줄여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논문의 결과는 항상 일정 기간 동안 위 물질을 섭취한 사람과 섭취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그 결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즉, 일상 생활에 이를 적용, 식사 준비 때 위 물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이용하는 정도로 적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최근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가지 특정 물질에 대한 연구 외에 식단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고혈압 중단을 위한 식이적 접근), 그리고 MIND 식단(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을 뇌신경 퇴행 예방에 더 알맞게 조절한 식단)이다.
위 세 가지 식단의 공통점은 모두 채식을 기반으로 하며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의 섭취를 제한하고 붉은 색 육류 섭취를 줄이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견과류, 도정하지 않은 곡물, 지방이 매우 적게 포함된 단백질 소스(콩류, 닭·오리 등의 가금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포인트는 매일 올리브 오일, 생선, 감자를 섭취하고 하루 3~4회 신선한 과일을 먹으며 와인 한 두 잔을 마시는 것인데 치매의 예방과 떨어진 인지 기능 회복과의 관련성은 아직 근거가 확실하지 않았다.
DASH 식단의 경우 포인트는 유제품 섭취를 늘리고 나트륨·사탕 같은 과자류, 포화지방의 철저한 제한과 하루 3~4회 신선한 과일 섭취다.
DASH 식단과 인지 기능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일관된 결과가 없었는데 대체로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많았다.
아마도 고혈압이 호전되고 체중이 감소하면서 뇌경색과 같은 뇌혈관 질환이 예방돼 나온 결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MIND 식단을 보면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을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식단의 포인트는 매일 녹색 잎 채소류와 포도류(블루베리, 포도 등)를 섭취하고 생선은 주 1회 정도 먹으며 신선한 과일 섭취는 빠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식단 관련 연구 결과는 조금 더 치매에 특화돼 있었고 치매의 예방과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많았지만 아직 시행된 연구의 수가 적어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과가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근거가 부족한 여러 건강보조식품들과 입증되지 않은 식재료에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현혹돼 치를 수 있는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음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