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요즘 이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자주 느끼곤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로 인해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되거나 또한 경제적 궁핍에 빠지게 되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주거문제와 출산과 양육의 현실적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일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젊은 기혼자들은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간직했던 미래의 많은 꿈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올해 초 귀한 손주를 얻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누군들 기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낳은 아이라서 그런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퇴근 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활짝 웃으며 손을 내미는 손주를 안아줄 때면 새로운 사랑의 감정에 푹 빠져든다. 순수하게 미소 지으며 엄마 품속에 안겨 있는 아이의 모습은 생명의 에너지를 발산하여 삶의 의욕을 갖게 하며 더불어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가끔 손주를 떠올릴 때마다 저절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면 정말 손자 바보가 틀림없다.

최근 언론에서 주요 관심사로 제기되는 어린이집 보육 논란과 아파트 분양가 및 전월세 등 주택문제를 접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단지 조금 어렵다고 느끼는 수준이었을 뿐 지금처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손주가 태어나면서 결혼이나 출산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다행스럽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이나 경이로움 그 자체만으로 출산과 양육의 문제는 감당하고 극복하여야할 일이라고 당연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여러 요인으로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 젊은 맞벌이 부부가 직장에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은 조부모들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제적인 부담을 지고서라도 보육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분양시장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투기가 분명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분양가가 평당 5000만원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1000만원씩 뛴다고 하니 여유자금이 있다고 하는 중산층도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젊은 세대들이 미래의 꿈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환하게 웃는 손주의 얼굴과 힘들고 지친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교차하면서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최근 주거문제와 출산과 양육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웃는 집안에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웃음은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표정이다. 아이의 순수한 웃음은 표현하지 못할 만큼 최고의 웃음이 아닌가 싶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운명은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자인 신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한다. 기성세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며 소중하게 간직해온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환한 미소로 사뿐사뿐 다가오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젖어드는 열정의 계절인 여름이다. 웃음은 생명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비록 지금은 삶이 지치고 힘들지라도 내일은 아이들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꿀 수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