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지난 6월 23일에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다. 3,335만 명의 투표자 중 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이 51.9%를 차지해 48.1%에 그친 반대파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커다란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름하여 브렉시트(Brexit, 영국을 뜻하는 'Britain'과 탈퇴를 뜻하는 'exit'를 합쳐서 만든 혼성어)가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는 1973년 유럽 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의 일이다.

 투표 전 영국의 캐머런 총리와 집권 보수당은 재차 탈퇴의 위험성을 강조했었고, 28개 EU 가맹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우방들도 줄곧 강한 우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초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이 사후에 영국이 감당해야할 리스크를 감안해서 결코 탈퇴는 없을 거라고 낙관론을 펼쳤지만 결과는 이를 뒤집었다.

 투표결과가 발표되자 세계 각지에서 주가가 폭락했고 외환시장도 덩달아 요동쳤다.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나타내는 VIX지수는 최고치에 달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직도 기억이 생생한 2008년 리먼브러더즈 사태의 악몽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동안 영국은 EU의 핵심회원국가로서 금융부문에 강세를 보여왔다. '시티(City)'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수도 런던에선 EU 잔류 찬성표가 과반수를 넘었지만 지방에서는 브렉시트 찬성파가 많은 득표를 했다. 국경을 철폐하고 이동의 자유를 허가한다는 EU의 이념 하에 동유럽을 중심으로 연간 20만 명의 이민들이 영국으로 유입되면서 그들의 값싼 노동력에 밀려 영국인들은 실업자로 내몰리게 되었다. 나날이 커져가는 빈부격차 속에서 그리스나 아일랜드와 같은 채무위기국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은 서민들의 생활을 턱밑까지 옥죈다. 영국연방의 맹주로서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왜 EU에 끌려 다녀야하는 건지, 이제 더 이상 그 꼴을 못 보겠다고 분노를 터뜨린다.

 캐머런 총리는 차후의 일을 후임자에게 일임하겠다고 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려면 앞으로 길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나마 제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태로 EU의 통합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EU 역내에서 가진 나라와 못가진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회원국 사이에 탈퇴의 도미노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7년에는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총선이, 프랑스에서 대선이 있을 예정인데 벌써부터 각지에서 EU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급속하게 진행돼온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국경을 없애고 시장을 통합하면 모든 것이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식의 장밋빛 로드맵은 이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숨이 찰 정도로 지구성을 가득 메운 70억 인류의 평화와 공생과 번영을 향한 길을 20세기적인 이기주의와 탐욕이 가로막고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 과격한 배타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건전한 내셔널리즘, 건전한 민족적 정체성 없는 이상주의의 밀어붙이기식 감행이 얼마나 부작용이 큰가를 이번 브렉시트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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