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우리가 정말 재미있는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는 그 작품에 푹 빠진다. 그리고 나도 이런 작품을 써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문학 장르 중 희곡은 묘한 매력이 있다. 희곡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 자신이 그리는 세계를 창조해 낸다. 극작가는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의 대사 한 줄 한 줄을 써내려 간다. 작품의 세계와 등장인물,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창조해 낸다. 즉 희곡의 주인공은 극작가가 된다.

 그러나 완성된 희곡 작품이 배우의 손에 들려지면 배우는 극의 배경 및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구하고 이를 배우로서의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극중 인물을 독특하게 창조해 내려고 한다. 배우는 배역에 몰입하여 자신의 현실 모습을 극중 인물과 일치시킨다. 이 경우 희곡 작품의 주인공은 배우가 된다.

 하지만 극작가가 창의력을 발휘해서 완성한 희곡 작품을 배우의 개성을 통해서 공연되는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을 자신들의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재해석하게 된다. 물론 연극에서 다루는 사랑, 성공, 증오, 질투, 권선징악 같은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똑같은 연극을 보면서 우는 사람도 있고 웃는 사람도 있고 매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작품은 하나이지만 작품을 재해석하는 관객도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나는 치과의사 선생님들, 농장 봉사팀들 그리고 여러 방면 전문가들과 지금 아프리카 잠비아로 가고 있다. 현재 홍콩을 떠나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스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인도양 상공의 비행기 안에 있다. 봉사 활동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는 과정에서 나는 정말로 좋은 형제들을 만났다. 용호형, 호성이, 호완이, 선영누나 등 정말 훌륭한 분들을 만났다. 작년에는 첫 해였기 때문에 얼떨결에 다녀왔지만, 올해는 좀 더 세세하게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가를 살펴볼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다고 할 때 그 돕는 행위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이 모든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총지휘하고 기획한 훌륭한 분이 이 봉사의 주인공일까? 아니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팀원들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도울 때 정말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도움을 주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그래서 26시간이나 걸리는 이 먼 길을 올해도 가는 것 같다. 아마 지금 비행기에서 잠들어 있는 우리 팀원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작가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창작하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가 써 놓은 작품에서 나만의 배역을 훌륭하게 해내기도 하고, 남이 써 놓은 작품에 따라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기도 한다. 관객으로서 말이다.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역으로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아닐 수 도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대한민국에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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