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요즘 도로변에는 각종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다. 그 중 아파트 주택분양에 대한 것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데 유독 "맞춤형복지, 정부가 책임져라"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언론매체를 통해 어린이집 관련자들의 집회도 종종 눈에 뜨인다. 손자가 생기고부터 어린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많은 어린이집이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 70년대의 콩나물시루 같던 교실이 지금은 그 반토막이 났단다. 오죽하면 '저출산 쇼크'니 '저출산 쓰나미'라는 말이 나왔을까?

 지난달 우리 사무실에는 여직원 두 명이 한꺼번에 출산 휴가를 갔다. 요즘 보기 드믄 현상이다. 무거운 몸으로 일하는 모습이 위대해 보이고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끝까지 업무공백 없이 처리를 하기 위해 인수인계를 하고도, 남은 직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사뭇 미안한 모양이다.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단체사진으로 달랬다. 저출산 시대이지만 여전히 임산부를 기피하는 곳이 많다. 아이를 낳는 것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아이 낳는 것도 어렵고 키우는 것도 어려우니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은가 보다.

 아이를 키우는데 제일 어려운 것이 양육비와 사교육비라고 한다. 결혼 전에는 자식을 여럿 낳는다고 하던 신부들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너무 힘들다고 하나 이상 안 낳는다고 하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딸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워 보려고 했으나 마땅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었다. 가까운 어린이집은 모두 꽉 차 대기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시댁은 구례로 멀어 맡길 수 없고, 필자도 봐줄 수 없는 형편이니 참 답답했다. 직장을 포기하기 힘들어 경기도로 이사를 하면서 간신히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니 일찍 보내고 늦게 데려오는 아픔을 감수하며 키우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딸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엄마가 봐줄께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은 자신이 없어 못했다.

 작가 조정래는 "손자 바보가 되는 것이 말년인생의 가장 큰 복이었고, 글 쓰는 피곤을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최고의 피로 회복제"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가까이에 없어 직접 보지는 못 해도 핸드폰으로 보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하루의 피곤을 말끔히 날리며 보고 또 보며 웃는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예상되는 일들이 연일 신문, 방송에 보도 되고 있다. 노인 복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골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다. 아이의 웃음소리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방방곡곡에 만인의 피로회복제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울리길 기도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