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우리 주변에는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사람이 있다. 명경지수는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처럼 잡념과 허욕이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칭찬하지도 않고, 자신을 조롱하는 모습 그대로를 아무 반응 없이 지켜보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사람으로 누군가가 그의 하는 일을 조롱하기도하지만 누구도 그를 공동체에서 추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깨끗한 거울일수록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상대가 어떤 부류이든 관계치 않고 자신을 더 정확히 보도록 해준다. 이러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노아이다.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류역사상 가장 긴 세월을 참은 사람인 노아는 방주를 완성하기까지 120년의 기간을 조롱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집단 소외를 당하고, 조롱을 당해도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으로 방주를 완성한 인물이다. 무엇에 대한 확신은 곧 책임의식을 갖게 한다. 노아는 책임의식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책임적 존재는 자신의 의식을 환기하는 가운데 형성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견디기 어려운 일은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다. 위대한 일이라 여겨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데 보잘 것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을 만나 온 정성 다 바쳐 사랑했고, 결혼을 하려는 순간 그가 사기꾼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 길이 옳은 길이라 여겨 힘들어도 참고 살고 있는데 잘못된 길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노아의 입장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싶다. 배를 만드는 일이 결국은 모두에게 유익을 준다고 하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배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완성된 순간까지도 그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사람은 의미를 먹고 산다. 삶의 의미를 붙잡은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낸다. 삶의 의미를 확보한 사람은 생기가 있다. 눈에 생기가 넘치고 마음에 생기가 넘친다. 의미의 상실은 생기를 좌절시킨다. 사람에게 있어 자기정당성은 자기 스스로에게서 오는 것보다 남의 긍정을 통해 더 객관적인 것이 되고 강화되는 것이다. 노아는 말없는 거울이었다. 그 거울이 더러웠으면 사람들은 그 거울을 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거울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입으로는 힐난했지만 배 만드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노아는 자기 존중감을 타인을 통해 유지하려 하지 않았다. 누가 칭찬해 주면 우월감을 갖고, 누가 비난하면 열등감을 갖는 변덕이 없었다. 외부의 칭찬과 비난에 초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변화의 시대에는 변화를 예측하는 소수의 사람과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현실의 안주를 원하는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노아의 시대에 벌어졌던 것과 흡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 때 변화 주체자의 성패 여부는 행동의 동기를 자신의 내부에 두고 있느냐, 외부에 동기를 두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내면에 행동의 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동의 여부에 흔들리지 않는다. 비전 있는 사람은 세상의 야유에도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비전 있는 사람은 자신에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의 내면에 책임감이라는 닻(Anchor)을 깊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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