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19년 간 가족과 생이별한 채 임금은커녕 기초생활 지원도 받지 못한 게 뒤늦게 알려지며 '축사 노예'로 불리는 충북 청주 '만득이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축사 옆 쪽방에서 악취와 파리 떼에 시달리며 살았던 고단한 삶이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사회의 장애인들에 대한 보호와 관심, 그들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만득이' 고 모씨(47)는 현재 살고 있는 곳과 헤어진 가족들이 있는 곳이 불과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까운 거리에서 고 씨는 20년 가까이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사연으로 현재 있는 곳으로 왔는지조차 모른 채 농장에서 소들과 뒤엉켜 살다시피 했다. 그에게 주어진 공간은 6㎡ 크기 쪽방이 전부였다. 그가 지적장애 2급의 불안정한 상태였음에도 지금까지 부려먹은 농장 주인은 물론 주변 사람 누구 하나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고, 가족을 찾아주려는 관심도 베풀지 않았다. 그저 농장에서 소똥 치우는 '조금 모자라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의 생활이 너무 안쓰럽고, 주변 상황이 의문스러운 게 많아 경찰이 현재 조사를 하고 있다. 농장 주인을 상대로 학대와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한때 100여 마리에 달했던 소를 거의 혼자 키운 그에게 임금은 제대로 주어졌는지 여부를 주로 캐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 해도 그에 대한 처우가 너무 가혹해 경찰이 농장 주인에게 장애인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어디 우리 주변에서 소외당하고, 차별 받는 장애인이 고 씨뿐이겠는가. 지난달에는 충북 충주에서 뇌병변 장애인에게 머리 염색 한 번 해주고 52만 원을 받은 미용실 주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요 며칠 사이 충북 진천과 충남 서산에서도 장애인을 마구 부려먹다가 적발되거나 논란이 되고 있다. 2009년에는 '차고 노예'가 있었고, 2014년에는 전남 신안 '염전 노예'가 세상의 분노를 샀다.

장애인 보호 관리의 심각함이 알려지면서 자치단체가 부랴부랴 실태파악에 나섰는데 때가 때인지라 우려스런 일이 생겼다. 청주시가 장애인 3만70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지적 장애인 3명을 비롯해 46명의 장애인이 주민등록상 주소에 실제 살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적 장애인 2명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행방불명 상태여서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충북도는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지적·자폐·정신 장애인 1만3406명의 소재 파악에 나선다.

시대가 변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차별한 적잖은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나 낮은 벌금으로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을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풍토가 다져져야 제2의 '만득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은 보살핌이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 아닌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를 통해 불편함 없이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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