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컴퓨터와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충격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엄청난 파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 일이라고 생각했던 '바둑'을 컴퓨터가 더 잘 두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사람이 하던 일 중 어디까지를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컴퓨터와 로봇이 발달해도 부인이나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14년 개봉된 영화 'Her(그녀)'는 아내와 별거 중인 한 남자가 인공 지능 로봇인 '사만다'를 만나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내는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상처만 줄 때, 사만다는 그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고, 적절한 위로와 반응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동대문에서 열린 '메이커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제품들 중 술 마시는 로봇도 있었다. 이를 개발한 사람은 술을 못마시는 부인을 대신해 함께 술 마실 친구로 로봇을 만들었다고 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자꾸 줄어들면,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성은 남게 될까? 이제 우리는 그 숙제를 풀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세돌과 알파고처럼 인간과 컴퓨터가 경쟁을 하는게 아니라, 컴퓨터와 차원이 다른 인간의 능력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은 교육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어린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길러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미래의 성인들은 우리와 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인간에게 가르쳤다면, 이제는 전혀 다른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칠지 그림이 안그려진다면, 반대로 이제 가르치는 것이 무의미한 교육이 무엇인지 점검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계산기 없이 덧셈, 곱셈, 뺄셈, 나눗셈을 훈련시키고, 교과서의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은 버려야 한다. 그런 내용이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계속 가르친다면, '시험문제'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런 시험문제를 컴퓨터가 더 잘 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이 "예"라면 과감히 버려보자. 그리고 무엇이 남는지 본다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의 답이 보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