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어떤 사나이가 물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것이 무엇일까?" "쇠겠지" 한 사나이가 말하자 다른 사나이가 고개를 흔들면서 이렇게 대꾸한다. "아니야. 수염이다" "수염? 수염이 어째서 쇠보다 더 단단하지?" "수염은 아무리 두꺼운 얼굴을 한 사나이(鐵面皮)의 가죽도 뚫고 나오니까" 이것은 중국의 우스갯소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망(大望)으로 번역되어 널리 읽혀지고 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두꺼움을 따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원숭이' 시절의 히데요시를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철면피는 천하일품, 그와 비슷한 사람도 찾기가 힘들다. 노부나가(信長)의 가신(家臣)중에서 '원숭이의 두꺼움'은 이름이 나 있었으며 그의 상사나 동료도 "저놈처럼 얼굴 가죽이 두꺼운 놈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다. 겸손이라든가 양보 같은 것은 털끝만큼도 없다. 기회가 있으면 누구보다도 앞서 그가 나왔고 너무 설치다가 꾸중을 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또 뛰쳐나온다. 인부들의 조장(組長)쯤 되는 신분이었던 원숭이에게 있어 노부나가와 접촉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궁전 밖이었다. 그것도 원숭이 쪽에서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면 전하(殿下)와 접촉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숭이는 될 수 있는 한 기회를 만들어 사건을 일으켰다. 결국 이 사나이처럼 노부나가와 밀접하게 접근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설쳐댐으로 해서 인정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계기와 출세의 꼬투리를 잡고 있다. 만일 그가 점잔만을 빼고 있었다면 아무리 그 재능이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입신출세(立身出世)는 불가능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기를 크게 부각시키려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팔아넘길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선배나 동료들을 재끼고 앞으로 뛰어나와 설쳐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 활동의 계기를 잡으려면 그러한 자기 현시(自己顯示)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밖으로 발휘되지 않으면 상품의 재고를 숨겨놓고 있는 상인과 같은 것이다. 손님은 그러한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사장은 X레이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재능을 꺼내어 나타내 보여야 한다. 자기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흙속에 파묻히기 전에 그 광채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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