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주일 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말라는 요구다. 시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단식농성을 할 정도로 당진을 포함한 충청권 대기오염 상황은 더 이상 '청정 충청"이라는 말을 쓰기 무색하게 악화됐다. 충남의 대표 관광지인 서산·태안만 해도 지난 6월 한 달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날이 9일이나 됐다.

가장 큰 이유가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인데 충남에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26기로 전국 시설(53기)의 절반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만 연간 11만 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는 주로 수도권으로 간다.

그런데 이렇게 '내 집 안마당'을 빌려준 충남은 미세먼지 배출로 인한 걱정거리만 안았지 득이 되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환경 피해 방지 대책 수립과 지원을 건의하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다. 기다리다 못해 충남도가 오는 2020년까지 보령·당진·서천·태안지역 화력발전소 인근 가정 500여 가구의 실내공기를 직접 집안으로 들어가 조사키로 했다. 안희정 지사는 노후 발전소 폐기, 증설 반대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충남도의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화력발전소에서 생기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결의문에서 "충남의 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위인데도 태안화력 9·10호기를 비롯한 6기가 건설 중이고, 3기의 증설이 허가됐다. 이는 살인면허 발급과 같다"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거부감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강원 강릉시의회에서는 이달 안인화력발전소 건립 재검토를 제안하는 5분 자유발언이 있었다. 이 와중에 서천화력발전소를 증설하는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착공식이 이달 초 있었는데 행사장에서 주변지역 4개 마을 주민들이 "미세먼지로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어업 피해 보상과 송전탑 이설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으로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 경유차 줄이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6월 '6·3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세운데 이어 이달 석탄화력발전 대책회의를 열고 가동된 지 30년 이상 된 10개 석탄발전소를 오는 2025년까지 폐기하고, 건설 중인 발전소는 보다 엄격한 배출 기준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석탄발전소 신설은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특히 석탄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남은 다른 지역 보다 강화된 오염물질 저감 목표를 세워 2017~2018년 집중적인 환경 설비를 보강키로 했다.

현실적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수력이나 원자력 발전 보다 낮은 화력 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충남이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의 전력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요금 체계 개선, 전깃값 현실화 요구도 빠지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남'을 위해 '내 집 터'를 빌려준 충남에 대한 '성의' 표시는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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