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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김영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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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9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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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수필가] 그 많던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녹 슬은 교문이 고철이 되어 기울어져있는 운동장으로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들어갔다. 텅 빈 교정으로 들어가면서 매미소리라도 우리를 반겨줄 거라는 기대를 해서였을까. 적막하다 못해 교교한 폐교의 운동장에 아버지를 부축해서 내려드렸다. 지팡이에 의지한 아버지는 한참을 서서 회한에 잠기신 눈빛으로 교정을 두루 살펴보신다. 쩌렁쩌렁 훈화를 하셨던 조회대는 세월에 부식돼 모서리가 무너지고 그 틈새로 잡풀이 나고 있었다.

 이 학교는 아버지가 젊은 날 학생을 가르치던 근무지이다. 지금 아버지는 당신 젊은 날의 시간을 폐교의 운동장에서 더듬고 계신다. 무슨 일이든지 대충하지 않으시는 아버지는 아마도 이 학교에서 열정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학교를 가꾸셨으리라. 꽃을 좋아하셔서 학교 화단 가꾸기를 즐기셨다. 봄이면 꽃모종으로 바쁘셨고 남은 꽃모종 몇 폭을 우리 집 화단에도 심으셔서 다른 집에는 없었던 서양 꽃 활련화가 우리 집 화단에는 가을까지 피어있었다.

 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모님 댁을 향했다. 집안에서 두 분이 무료하게 지내시다가 바깥 구경을 하시고 색다른 음식 드시는 것을 즐거워하셨다. 내가 오는 주말 시간을 기다리시는 눈치셨다. 멀지않으면서도 아버지가 좋아하실 나들이 장소를 고심했었다. 남은 시간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멀리 시선을 던지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백미러로 훔쳐 볼 때마다, 건강하신 시간으로 다시 돌려드릴 수 없음이 마음 아플 뿐이었다.

 마침 아버지께서 근무하셨던 학교들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 위치해 있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처음으로 발령받으셨던 학교로 향했다. 강가를 끼고 달려간 시골의 작은 학교는 폐교가 되어 캠핑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넓은 운동장에 아이들은 없고 캠핑족들만 가득했다. 총각선생님이었던 그때 아버지의 푸른 열정이 펼쳐졌을 곳이었다. 걸음도 힘든 아버지는 땡볕의 운동장 가운데 망연히 서계셨다. 나는 매점에 달려가서 시원한 캔 맥주 하나를 사서 아버지께 드렸다. 건강상의 금주가 이럴 때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낡은 벤치에 앉아서 젊은 날을 추억하신다. 고목이 된 버즘나무는 베어져서 검버섯 같은 세월의 각질을 덕지덕지 붙이고 서있다. 늙은 몸통에서 근근이 뻗은 나뭇가지는 아버지의 버석한 민둥산 머리에 몇 가닥 남아있는 머리칼같이 힘이 없다. 큰 그늘을 만들어주었던 그 아름드리나무가 좋은 목재가 되어 어디서인가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어 있듯이 아버지께서 분필가루 마시며 가르치신 아이들도 저마다 훌륭한 큰 재목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잡풀 무성한 운동장 개망초 발아래에 채송화가 납작 엎드려서 피어있다. 아마도 저 채송화는 아주 그 먼 옛날 아버지가 뿌렸던 그 씨앗의 씨앗으로부터 피어난 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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