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10월까지
호주 출신 엠마 핵 개인전
국내 첫 독창적 작품 선봬

▲ 두루미와 만다라 Cranes Mandala III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사비나미술관이 국내 최초로 호주출신의 여성 예술가 엠마 핵(Emma Hack)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오는 10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엠마 핵은 인체를 캔버스 삼아 주변 환경과 일치시키는 '위장술(카무플라주·Camouflage)아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예술가다.

동식물의 생존전략인 위장은 1896년 미국화가 애벗 핸더슨 세이어가 자연사잡지 '오크 (The Auk)'에 '보호색의 기본 법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모든 생물이 완벽하게 위장되어 있다'고 주장한 이후 입체주의, 옵아트를 비롯한 예술계의 관심을 끄는 주제가 되었다.

엠마 핵은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위장술의 아이디어를 자연생태계 및 이를 응용한 패션, 직물디자인에서 가져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10시간 이상의 작업시간을 거쳐 작가가 모델의 몸에 손수 그려낸 카무플라주 아트는 인물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주위 환경과 하나가 되게 하며 최종적으로 사진매체로 완성된다.

엠마 핵과 벨기에 가수 고티에(Gotye)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는 지난 2013년 그레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78억 뷰를 달성하면서 미국, 영국, 유럽에 본격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밖에 17명의 모델로 찌그러진 자동차를 형상화 한 바디페인팅 작업 'Motor Accident Commission' 프로젝트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웨스트 호주 발레단의 2014년 프로그램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 21명의 발레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등 엠마 핵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18세부터 바디페인팅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엠마 핵은 본격적으로 2005년부터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만드는 카무플라주 아트를 실현 시켜왔다.

몸을 위장시키는 카무플라주 기법은 작가에 의해 패턴디자이너인 플로렌스 브로드허스트의 디자인과 결합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가로서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 하우스 와이프 The House Wife 2

엠마는 2005년, 저작권을 갖고 있던 Signature Prints 회사와 브로드허스트의 디자인을 이용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이후 브로드허스트가 디자인한 자연적이거나 기하학적인 패턴은 엠마에 의해 모델의 몸과 하나가 되는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브로드허스트의 패턴을 이용한 작품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엠마 핵의 주요 작품 49점을 선보인다.

월페이퍼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더 대담하고 새로운 방식의 사진작품으로 완성되는 엠마의 바디아트는 브로드허스트의 패턴만이 반복되던 기존 월페이퍼 디자인을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브로드허스트의 월페이퍼에는 엠마에 의해 인간의 에너지와 유머, 그리고 기발한 발상을 품게 되었다.

엠마는 26년간 회화와 메이크업을 접목한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월페이퍼를 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체로 표현 가능한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엠마 핵의 작품에는 동양적인 정서가 담겨있다. 동양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자연과 조화됨을 추구한다. 인간 중심적인 자연관을 가지고 있어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려 한 서양에 비해, 동양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만다라'의 형태는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궁극적인 완전성, 자연과 인간이 하나됨의 표상이다.
 
우리는 지금 전쟁과 테러, 기아로 그 어느 때 보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시대일수록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연으로서의 인간임을 일깨우며, 인간의 편리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고 오염된 지구의 환경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엠마 핵은 자연과 인물을 의도적으로 그림으로 재결합해 육체와 정신, 영혼과 대상물과의 새로운 결합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물리적 세계와 관념의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2005년 이후 10여 년 간 작가의 작품을 통해 평면과 입체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엿볼 수 있다.

배경과 인물을 일치시켰던 초기의 작업 방식에서 나비와 새, 동물의 등장은 또 다른 시각적 층위를 만든다.

작가는 그림으로 배경과 인물이 일치되게 하고, 그 앞에 동물을 배치시키는데 결국 사진으로 완성되는 이러한 평면과 입체의 결합은 착시를 일으키며 배치된 동물에 의해 보는 이를 더욱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이후 제작된 'Utopia' 콜렉션은 마치 핀홀을 통해 들여다보듯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 연출을 시도해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작가는 렌티큘러를 도입해 12장의 이미지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더욱 생생한 입체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처럼 엠마는 지속적으로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의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관계에 대한 탐구와 진화된 방식으로의 기법적 연구에 도전한다.
 

▲ 게이샤 The Geisha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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