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이면 시행된다. 정식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제안하였던 법이었기에 김영란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영란법은 제안 초기부터 이해관계에 얽힌 유관기관의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은 것도 모자라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에 부쳐질 정도로 논란이 되었다.

 쟁점은 ①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 등'으로 보고 법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와, ② 부정청탁의 개념 등 법 조항이 모호한지 여부, ③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그리고 ④ 허용되는 금품규정(3만·5만·10만원)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결론은 합헌. 이러한 법률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이 커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기본권을 제한한다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명확성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 결과에 무척 찬동하는 바이다.

 합헌결정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논란은 식질 않고 있다. 언론은 연일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에 나타날 부정적인 경제효과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진정 고민해봐야 할 것은 '왜 우리사회에 철통같은 김영란법이 필요했을까'하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가 만들어지고 국가라는 형태가 나타난 그 옛날부터 부정부패의 문제는 늘 있어 왔다. 경제적 지표에 있어서는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지만 국민 개개인의 행복 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이 공정함과 효율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있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며 자조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산적한 문제의 원인을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 관련된 사람들의 염결(廉潔) 문제로만 한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각 영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 복잡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에 찌꺼기가 제거된 것처럼 전체적인 사회 발전의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개인의 윤리성 영역에 맡겨두었던 부분을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한 진정한 이유이다. 불편함이 따르고 일시적으로는 경제활동에 위축이 일어날 것이다. 쓰레기종량제가 처음 시행될 때에도 찬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쓰레기종량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금은 안착되었다.

 김영란법과 관련된 뉴스의 댓글들이 무척 흥미롭다. 입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대부분의 정치적 이슈와 달리 대다수의 국민들이 격하게 찬성을 하고 있다. 시행되기 전부터 저마다의 입장을 들어 김영란법을 흔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 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힘들었지만 배는 이제 띄어졌으니 가라앉지 않도록 국민들이 힘껏 노를 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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