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 청주시청 앞 광장에 1년 3개월 째 진을 치고 있던 농성천막이 4일 치워질 예정이다. 옛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조합원들이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5월 9일부터 벌이던 농성을 완전히 끝냄을 의미한다. 병원의 새 운영자인 사 측과 노동조합은 이미 지난달 25일 고용승계 조건에 합의, 그동안 지속돼왔던 대치를 풀며 농성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천막농성은 정확히 454일 간 시청 앞을 차지하며 지역의 대표적 노사 갈등 현장이 돼 왔고 시민들은 우려감 속에 이를 지켜봐야 했다.

노사는 합의 사항 이행 첫 단계로 1차 직원 채용에서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옛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조합원들로 충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맺어진 합의 이행이 현실화될지 예의 주시된 가운데 첫 단추는 비교적 순조롭게 꿰어졌다. 돌이켜보면 454일 간의 천막농성은 노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 노동조합원들은 일자리를 잃은 채 차가운 맨바닥에서 사 측을 대상으로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했고, 사 측은 병원 수탁운영자로서 시설을 제대로 가동도 못한 채 노동조합과 지루하고도 끝이 안 보이는 대립을 이어와야 했다. 이뿐인가. 주민복지 차원에서 병원을 세운 청주시는 예산만 들인 채 그 목적을 변변히 살리지 못하고 중간에서 애만 끓여야 했다. 모두가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게 많았다.

노사가 타협점을 찾자 지역에서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건 그동안 극한 대립과 강경 대치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가까스로 상생의 길을 찾은데 대한 기대, 그리고 '잘 돼야 할 텐데...'라는 막연한 우려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병원은 맨 처음 수탁기관이 운영권을 중도 반납한데 이어 뒤를 이어 맡은 수탁자 역시 더 이상 운영을 못 하겠다며 개설허가증을 반납, 임시폐쇄라는 극한 상황에 빠졌던 시설이었다. 이후 수탁자 공모에선 응모자가 없어 전국을 대상으로 병원을 꾸려나갈 사람을 찾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모두 양보 없는 노사 갈등의 산물이었다.

결국 한 치 양보도 없던 노사가 더 이상 '마이웨이'식 대치는 공멸이라는 절박감 속에 가장 큰 쟁점인 고용승계에 합의함으로써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지만 난제가 완전 해결되지는 않았다. 노동조합원 채용 시기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데다 고용승계 원칙 역시 구두로 합의한 것 등이 그 하나로 언제든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 이 불씨가 되살아나 또 다시 갈등과 반목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서로가 약속을 지키고, 내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한 발 물러선 대화와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파행은 지켜보는 시민들에겐 부담스러움과 답답함, 걱정 그 자체였다. 혈세로 지어진 시설임에도 그 주인인 시민들이 마음 놓고 써보지도 못하고 장기간 표류한 책임은 노사가 함께 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공적 의료기관으로써 정상 가동은 노사 모두에게 주어진 임무인 동시에 공동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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