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더위를 먹으면 두통이 나타나고 갈증이 심하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졸음이 주체할 수 없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지만, 무책임하고 정신 나간 사람들 때문에 더욱 맥 빠지고 슬픈 일이 많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 지난 7월 29일 광주광역시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탄 네 살배기 어린이가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8시간 동안 방치된 사고, 말을 잘 안 듣고 칭얼댄다는 이유로 7살인 아들을 마구 때린 비정한 아버지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책임과 인륜을 저버린 것을 대변하고 있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광주 광산구의 어느 유치원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4살 어린이를 방치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사고는 무책임과 태만의 극치이다. 폭염 속에 방치된 어린 아이의 고통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체온이 42도까지 올랐던 아이는 며칠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솔 교사와 운전기사는 뒷좌석의 아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니, 앞으로 복무 자세와 차량의 불법 선팅 문제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안전도 지키지 않은 어이없는 사고에 피눈물이 납니다. 어른도 몇 분 버티기가 힘든데 8시간이나 고통스러웠을 아이를 생각하니…"라는 아버지의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 만약 출입문이나 창문이라도 좀 열려있었다면…….

 5년 전에도 경남 함양에서 찜통더위 속 통학차량에 7시간 방치됐던 다섯 살 아이가 숨진 일이 있었다는데, 아직도 더위를 먹은 사람처럼 정신 나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필자도 학교에 근무하다 퇴직을 하였지만 학생들을 인솔할 때는 움직이는 동선(動線)마다 인원 파악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상황을 살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지난 7월 28일 오후9시 무렵, 수원시에서 7살 된 아들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학대도 있었다. 2년여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인 이 아이의 아버지는 7살과 5살 된 아들을 홀로 양육하던 중 술에 취해 범행한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첫째 아들은 집에서 맨발로 도망친 뒤 집 근처 자신이 다니던 태권도장을 찾아 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어린이를 병원으로 데려간 관장과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경찰에 신고한 의사 모두 존경스럽다.

 7월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신호를 어긴 채 시속 100km가 넘는 광란의 질주를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들을 덮친 뒤 7중 추돌사고를 낸 운전자는 뇌전증 환자라 한다. 모자(母子)가 멀리서 처음으로 피서를 온 어머니(42)와 두 아들 등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사고는 운전자 관리의 허점을 말해준다. 이런 안전 불감증 때문에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족의 삶도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여러 안전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착되어야할 것은 도덕성 회복과 책임감이다. 소명감이 없는 사람이 돈벌이 수단으로 적당히 근무한다면 언제라도 또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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