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하루가 멀다 하고 교통사고가 발생, '마(魔)의 도로' '죽음의 도로'라는 섬뜩한 별칭이 붙은 충북 청주 명암~산성도로(4.5㎞)의 일정 구간에서 2.5t 이상 화물차 통행 제한이 검토되고 있다. 교통사고를 줄일 방안을 고민하다 내놓은 건데 늦은 감이 있지만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본다. 과속방지턱이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 같은 소극적 대처로는 한계에 부닥쳤다. 본지도 이 구간에서의 빈번한 교통사고로 지역사회에서 한창 논란이 가열됐던 2015년 3월 본란을 통해 이미 이의 시행을 주장한 바 있다.

이 도로는 설계 때부터 노선의 적정성과 기술적인 문제점이 지적됐었다. 가파른 경사. 커브를 틀 때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는 급회전 구간, 회전할 때 자동차 바퀴가 인도를 물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좁은 도로폭 등 운전에 장애가 되는 위험요인이 수두룩했다. 문제는 이런 악조건이 시설물 한두 개를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구조적, 태생적 한계라는 것이다. 해결 방안은 도로 선형을 바로잡는 것뿐인데 7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닦은 도로를 들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교통사고 예방책이 과속·미끄럼 방지 시설, 급경사와 과속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 같은 임시방편에 의존해왔고, 한때 과속 방지를 위해 이동식 단속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단 몇 시간 만에 140여 건이 적발되면서 무리한 단속이라는 항의가 빗발치자 이마저도 철수했다. 그 결과 사고는 반복돼  2009년 10월 개통 이후 2011년 7건(부상 9명), 2012년 10건(사망 2·부상 24명), 2013년 7건(부상 10명), 2014년 9건(부상 11명), 2015년 4건(사망 1·부상 17명)이 일어났다. 경찰이 화물차 통행 제한을 검토하는 구간(산성삼거리~명암타워삼거리 3.97㎞)에서만 이달 4일 현재 39건에 69명(2명 사망)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니 섬뜩한 별칭이 안 붙을 수 없다.

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관련 기관이 대책을 모색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도로 구조 자체에 손을 못 대는 한계 속에서 브레이크 파열에 대비한 긴급 제동시설 설치, 진입 지점의 도로 폭 넓힘, 내리막에서의 일방통행 적용 등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청주시도 장·단기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아직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알려진 게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그나마 심도 있게 나온 게 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물차 통행 제한이었다.

화물차는 사고 발생 취약 구간에서 일어난 것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건의 사망 사고도 화물차에서 비롯됐다. 결국 경사가 급한 내리막, 급커브, 화물차의 물건 적재는 사고의 3요소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부실한 도로를 걷어내지 못할 바에야 화물차 통행 제한이라는 차선책이라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사고 방지를 위해선 이해와 양보가 뒤따라야 한다. 경찰이 4일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인데 빠른 시행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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