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사실상 올 여름도 물러나는 시기이다. 아무리 더운 것 같아도 밤에 부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아직 말복이 남아서 그런지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이라는 양희은의 노래가사처럼 날이 무덥다.

시련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요즘 시련을 당하고 있는 '공들의 한탄'이라는 글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재미있다. 우선 배구공이 한탄하는 말이다.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허구헌날 싸다구 맞고 사는지...ㅜㅜ" 이에 대해 축구공이 하는 말이, "넌 그래도 다행이다. 난 맨날 발로 까이고, 머리로 받치고, 더럽고 서러워서 못 살겠는데..." 이를 들은 탁구공의 한탄, "난 밥주걱 같은 걸로 밥상 위에서 때리고, 깎고, 돌리고, 올리고....정신없이 쥐어터지는데 아주 죽을 맛이다", 이에 테니스공이 하는 말이 "난 어떤 때는 흙바닥에서, 어떤 때는 시멘트 바닥에서 털이 다 빠지도록 두들겨 맞는데 아주 죽겠거든" 공들의 한탄을 다 들은 야구공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이런 어린놈들이 닥쳐라! 난 매일 몽둥이로 쥐어터진다. 이따금씩 실밥도 터지고...내가 말을 말아야지",  오늘의 백미이다. 이 넋두리를 말없이 듣고 있던 골프공이 입을 열었다. 이 말에 그 어떤 공도 감히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니들....쇠몽둥이로 맞아봤냐?!!!!!"

웃자고 나온 말 같아도 우리 민초들이 정치하는 분들에게 너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매일 쇠몽둥이로 맞고 사는 것을 비유한 것 아닌가 탄식해 본다. 그건 그렇고 말복이 다음 주이니 닭들과 개, 염소들이 죽어 나갈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 시대 상황이 이럴 진데 이도 모르고 짖어대는 우리 집 강아지의 무지함에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몇 해 전까지도 바람 피는데 있어 일가견을 자랑하시던 큰 형님께서 오늘 나에게 '닭의 인생'이란 글을 보내오셨다. 그 내용이 자못 숙연하다.

"날 좀 보소 사람들아. 이내 말 좀 들어 보소. 계란으로 세상 나와 이십일 간 부화되어  삐약 삐약 이쁜 사랑 어미 정분 때기 전에 보들보들 연하다고 삼계탕 집 팔려가고 토실토실 살 붙으면 튀김집에 튀겨지고 포동포동 튼실하면 백숙집에 고아지네. 날개조차 닭발조차  가슴까지 도려지고, 똥집마저 별미라고 소주안주 진상되네. 이 넘 팔자 기구해도 내 몸 하나 보시하여 남녀노소 몸 안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니"
                                  
 닭유가족 일동

사람으로 태어난 게 팔자 중에 상팔잔데 역마살에 도화살에 팔자세다 한탄 말고, 세상만사 힘들어도 복이 없다 원망 말고, 부모님께 공경하고 자녀들에 자상하게 이웃 간에 인정 있고  부부간에 사랑하며 도란도란 살가웁게 방긋방긋 살아가소. 잃은 뒤에 후회 말고, 살았거든 행복하소. 아무쪼록 우리희생 헛되이는 하지마소.

 만족하며 살자?

 이상이 닭 유가족 일동이 쓴 글이다. 하기사 이 글을 읽다보니 골프공처럼 얻어맞고 살아도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엄청나게 만족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무리 그리 생각하려고 해도 요즘 세상사는 것, 한마디로 "어느 말복에 멋진 날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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