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옥천여중 관악부 재편해
학생들에 악기 다룰 기회 제공
특기적성교육 참여 열망 높아

▲ 옥천교육지원청이 기존 옥천여중 관악부를 재편해 인근 옥천중 학생들과 함께 관악합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축제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는 옥천여중 예다움관악부 모습.

[충청일보 김규철기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로 대표되는 옥천은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서정적인 시가 흐르는 고장이다.

대도시인 대전과 인접해 있어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도농복합지역인 옥천은 지역민들의 생활권을 대전으로 봐도 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대도시로의 인구 이탈이 많은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농촌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성인 다문화가정 및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이 많아 사회적·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특기적성교육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망도 높다.

옥천교육지원청은 이러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열망에 부합하기 위해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여러 학교가 연합해 운영되는 학생 희망 중심의 지역연합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옥천교육지원청은 기존 옥천여중 관악부를 재편해 인근 옥천중 학생들과 함께 관악합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우리나라 여자중학교 관악부로는 처음으로 창단돼 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옥천여중 예다움관악부는 역대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대한민국 관악합주경연대회, 전국관악경연대회 등에서 상위로 입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지난 2013년부터 군 지원금과 교육청 지원금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해 3000만 원에 달하는 경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운영비를 모금하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바자회를 열어 경비를 마련하는 등 관악부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으며 그 결과 지역 사회의 사랑과 물질적 도움을 받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몸을 추스른 옥천여중은 지역연합 방과후학교 금관, 목관, 타악기 배우기 교실을 개설해 취미와 소질은 있지만 소수만 신청할 수 있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량을 갈고 닦아 특기로 계발하고,  미래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협동심과 조화를 통해 훌륭한 앙상블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옥천교육지원청의 지역연합방과후학교에는 전문 외부강사들의 질 높은 강의와 옥천중 학생 4명, 옥천여중 관악부 학생 42명 등 총 46명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고 음악적 잠재력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

관악실을 처음 들어서서 쭈뼛거리던 남학생들도 이제는 관악실에 들어서면 악기를 꺼내들고 자기 자리로 익숙하게 앉게 되었으며 단순한 나무막대에 불과했던 막대기가 타악기를 배우러 온 학생에게는 드럼을 멋지게 연주하게 해주는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스틱이 되는 작은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한 결과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

이들은 가장 소중한 변화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놀라움'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 연습할 때는 보잘 것 없어 보였던 음이 전체 합주를 통해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음 하나하나가 모여 멋진 화음과 선율을 연주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뿌듯했고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성장을 하고 있고, 스스로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듣거나 부르며 단순히 즐기는 '음악'이 지역연합 관악부 학생들에게는 '음악'이란 첫째,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둘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긍정적 윤활유가 되며 셋째, 공동체작업의 즐거움과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 그 이상의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갈고 닦은 솜씨를 정기연주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고 지역 사회에 정서순화의 기회를 제공하여 교감을 나눔으로써 지역연합 방과후학교의 목적에도 부합하게 되었다.

류웅렬 옥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지역연합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교육 및 문화 소외 지역인 농산촌 학생들에게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고 바람직한 청소년의 자아정체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운영을 강조했으며 앞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지역 내 인적, 물적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내실 있는 지역연합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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