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가을의 문턱이라고 하는 입추가 지났음에도 한낮의 폭염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그래도 국민들은 저 멀리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하계올림픽에서 뛰는 우리선수들의 활약상에 그나마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시간 차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보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동안 자신과 조국을 위해 흘린 땀의 결실을 거두기 위한 분투에 같이 웃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아쉬워하며 더위와 싸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는 24개 종목에 204명으로 이 중 충청도 출신이 선수 26명에 임원 6명이다. 이들은 크게는 조국, 작게는 고향과 자신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기량과 기술을 원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출신 김우진 선수가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더위와 팍팍한 삶,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얽히고설킨 현안들로 마음이 편치 않은 국민들을 위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마음의 상처를 딛고 거머쥔 것이라 더욱 그렇다. 국가에도 경사지만 충청도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낭보다.

 우리가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 메달을 향한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위안을 느끼고 함께 희로애락 하는 건 지금이 있기 까지 선수와 임원들이 오직 오늘을 보고 쏟은 노력과 정성을 어렴풋이나마 알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나, 스포츠 시스템으로나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스포츠 강국들과 겨뤄 메달 획득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외롭고, 험난한 과정을 지나온 역정을 조금은 알기에 일희일비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런 선수들이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고,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고 고개들 숙이는 걸 보면 짠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남자 공기총 50m에서 5위에 그친 진종오 선수가 "죄송하다"며 얼굴을 들지 못 하는 걸 지켜보고, 한때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약물 파동으로 마음고생을 겪다 가까스로 출전한 끝에 수영 종목별 예선마저 통과 못 한 '마린보이' 박태환의 '힘들다'는 한마디에 국민들은 안쓰러워했다. 그러면서 뭐가 죄송하고, 뭣 때문에 미안 하느냐고 멀리서나마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최선을 다하라는 것뿐이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성적이 좋으면 같이 기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외면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 흘린 땀과 노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아쉬움 없이 펼쳐보라는 것일 뿐 메달을 따는지, 안 따는지, 그 메달의 색깔이 어떤지가 중요치 않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었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며 고개를 숙이는 선수와 임원들을 보면 할 일을 제대로 않고, 당연히 져야 할 책임도 비켜가려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을 낮추는 선수들을 보다 끼리끼리 이익 챙기기에 바쁘고, 기득권 지키기가 우선이며, 힘없는 사람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갑질'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지도층을 보면 마치 딴 세상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라를 이끌고 간다는 지도층 인사들이 선수들을 보고 배우는 올림픽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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