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폭염에 연일 전기사용량이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며 난리다. 작년과 비교해보더라도 올 여름이 유난히 무더운 건 사실인 듯하다. 조금만 걸어도 마치 프라이팬 위의 달걀이 된 기분이 드니 말이다. 이럴 때 사람들 사이에 갈등상황도 자주 발생하나보다. 얼마 전 아기엄마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다가,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더니,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기엄마를 뒤쫓아가 뺨을 때려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라는 측면보다도 경찰의 처분에 관심이 갔다. 경찰은 아기엄마의 뺨을 때린 사람과 함께 아기엄마도 쌍방폭행으로 입건하였다. 아마 뺨을 맞은 아기엄마도 그 사람에게 신체적 유형력을 행사한 모양이다. 결국 아기엄마를 폭행한 사람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아기엄마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긴 했으나, 아기엄마까지 입건한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다.

 과거에는 보통 싸움이 발생하면 싸운 두 사람 모두를 쌍방폭행으로 입건하여 처벌하곤 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싸움은 누가 먼저, 그리고 왜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억울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청주지방검찰청은 최근 들어 쌍방 폭행 사건의 경우, 과거 획일적으로 쌍방을 모두 입건하여 처분하던 방식을 개선하여, 사안의 실체를 고려하여 처분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때문에 필자는 위 사건에서 경찰이 쌍방폭행으로 아기엄마까지 입건한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형사재판에서 정당방위라던가 정당행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기소 전 단계에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실체를 고려하여 처분을 하려는 입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의미 있는 일이고, 애초에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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