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누군가 그랬다. 8월은 타오름 달이라고. 이름값을 하려는 듯 열기가 뜨겁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더 숨 막히는 열기는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경기장이다. 8월 6일~22일까지 각국의 금빛 메달 사냥의 길은 치열하다. 불꽃이 튄다. 들숨 날숨 한 호흡의 순간으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긴박감은 방안에 앉아서도 손에 땀이 흐른다.

 '땀, 숨, 꿈, 리우' 올림픽 중계 슬로건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무엇이 이리 온 국민의 가슴을 열고 하나로 뭉치게 했을까. 꿈이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한 땀과 순수한 열정에 대한 선망인가. 대리 만족인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한계에 대한 도전은 그 자체가 감동이고 아름다움이다.

 잠을 접고 새벽에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을 보았다. 여자 양궁 단체전 8회 연속 금메달! 이것은 신화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메달 하나 받는 것도 극히 어려운 일이다. 8회 연속 최정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신의 경지에 이름이다. 그 일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해냈다. 우리나라 여성의 저력을 전 세계에 여실이 보여줬다.

 과녁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궁사의 모습을 보면 숨이 멎는다. 활을 당기는 그 순간 나와 흔들림 없는 숨 조절이 합일되어야만 한다. 게다가 변수로 작용하는 미세한 바람결까지 읽어야 한다. 때때로 왜 바람이 없겠는가. 외부에서 이는 바람이라면 그 바람의 결에 따라 힘과 방향을 조절해야 할 것이요. 내 안에서 이는 바람이면 그 욕망을 스스로 잠재워야 하리. 중심이 흔들리는 것은 내 안에서 비롯되는 바람 탓이다. 무념무상의 평정심이 가장 요구되는 것이 바로 양궁이다. 활과 화살,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야만 비로소 과녁은 정중앙에 자리를 내어준다.

 양궁의 과녁은 전체 지름이 122㎝이고, 1점부터 10점까지 각 구간을 12.2㎝로 나눈다. 그 중 가운데 12.2㎝ 원이 10점 부분이다. 탠, 탠, 탠!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은 고작 지름 한 뼘도 안 되는 원안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 화살을 꽂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쏟아냈을까. 4년, 아니 활을 잡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올림픽 메달의 꿈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꿈꾸어 왔던가. 딱히 내세울게 없다. 지금까지 뚜렷하지 않은 욕망의 부유물을 부여잡고 꿈인 양 전전긍긍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 왔다. 경기를 치루고 난 후 쏟아내는 그들의 눈물이 그것을 말해준다. 혼신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한 도전, 치열한 삶의 모습은 모두가 아름답다. 그래서 그들이 흘린 눈물조차 아름다운 것이다. 올림픽의 열기! 그것은 비단 운동 경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매 순간순간 소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삶의 강한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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