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마이카(My Car) 시대를 맞은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로 보아도 될 만한데, 1986년 아시안 올림픽과 곧이어 1988년의 올림픽 세계대회를 앞두고 경제는 '80년대 초반 중동에서 불어온 오일쇼크(Oil Shock)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높은 성장지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국산 자동차도 대량생산체계를 갖추고 국내소비가 안착하기 시작한다. 한국도 비로소 한 가구당 한 대씩 승용차를 보유하는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며, 자동차와 얽혀 지내는 새로운 삶의 지형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한 대형 관광버스가 승용차를 무지막지하게 밀어 덮치어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4명의 꽃다운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고 현장의 영상이 생생하게 전파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온 대형자동차가 일으키는 사고 또는 잠재된 위험성에 공포와 우려가 새롭게 사람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또 하필이면 이 사고 소식과 아울러 어린이 통학차량 운행 중에 일어난 연속적인 사고소식이 자동차 사고 전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주고 있다.

 이제 이러한 자동차 관련 문제들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는 역시 구조적인 것들이 드러나는데 대형버스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 중에서 특히 과로에 의한 졸음운전이 대부분이고, 이는 사람들의 안전한 이동목적이 우선이 아니라 자동차 운행업주들의 무리한 잇속이 앞서 있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통학 차량의 경우 어떤 운전자는 돈 들어가는 안전장치 준비에 먼저 걱정하고 불만을 토로 하는가 하면,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는 서울, 인천, 경기 기타의 순서로 안전 운행의 최전선에서 키를 쥐고 있는 운전기사의 근무여건이 천지차이로 들쑥날쑥이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면 교통사고 건수도 경기시내버스는 1천 대당 184건으로 서울 96건 보다 월등히 높고 중대사고는 서울의 5배나 된다.

 또 버스 운전기사가 받는 임금구조를 보면 아주 쉽게 문제가 드러나는데 경기시내버스는 기본급이 낮고 잔업을 많이 해야 하도록 되어 있어서 구조적으로 사고발생확률이 높아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버스 예산이 많이 드는 버스준공영제라는가 하는 제도적 보완으로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진정으로 인간의 안전한 편리를 위한다는 자동차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게 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다같이 동의하는 합의가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한 외국산 자동차, 그리고 또 다른 외국산 유명 브랜드 자동차 V가 새롭게 대조된다. 소비자를 향한 V자동차의 약속은 제품부터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콘셉트가 수 십 년 동안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일관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행이 바뀌거나, 기술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뀌거나 아랑곳없이 자동차의 중심에 '사람들의 안전'을 최고 가치로 앞세우는 올드한 콘셉트가 뒤떨어지지만 아직도 여전히 최고의 가치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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