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다. 올해가 근래에 가장 더웠던 1994년과 비교될만하다 하니 더위에 있어 또 다른 기록을 남기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쉬고 싶도록 만든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여름에 휴가를 떠나나 보다.

 우리나라는 참 일을 열심히 하는 나라이다.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하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인 1770시간을 훌쩍 넘긴 2285시간에 이른다.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2/3 수준이고,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더 높은 생산성,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하는 것 아닐까?

 성경을 보면 참 특이한 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권위 있는 명령 가운데 하나인 십계명을 보면, 인간을 향해 노동에 대한 필연성을 말씀하신 것이 없다. 성경의 여러 곳에서 노동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좋은 방편이며 일하는 자가 복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십계명에서는 아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휴식은 십계명 가운데 들어있다. 안식이라 일컫는 휴식은 십계명의 4계명에 속한다. 그리고 이 날에는 그 집안의 가장에서부터 모든 식구들과 종들, 심지어 거기에 속한 가축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예외 없이 반드시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하신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오늘날보다 훨씬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시대에 강제로 노동을 더하라고 명령해도 모자를 판에 강제로 휴식을 명령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바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보통 휴식은 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을 음식으로 비유하면, 휴식은 어느 정도 완성에 이른 요리에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향신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향신료가 없어도 요리를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향신료가 있으면 더 완성도 있고 더 깊은 맛을 가진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휴식도 우리 삶에 더욱 깊은 맛을 내고 일과 삶을 더 완성도 높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휴식을 우리 삶에 있어 필수적인 것으로 말한다. 정해진 때가 되면 예외 없이 반드시 쉬라는 것이다. 인생에 노동이 필수라면 그 노동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휴식 역시 필수라는 것이다.

 일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쪽 만으로 동전을 이룰 수 없듯이 우리 삶에는 일과 휴식이 다 필요하다. 노동도 우리의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노동이 중요한 만큼 휴식도 중요하다. 이 둘 모두가 균형을 이루고 함께할 때 우리의 삶이 맛깔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여름, 휴식의 시간을 통해 일의 가치도 다시 새기고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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