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힌다. 가정 안에서는 주로 사소한 것들이 문제가 된다. 말귀를 잘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을 하다가 말다툼이 일어나고, 치약을 중간에서부터 짜다가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고, 식구들끼리 말다툼을 하다가 스스로가 화를 못 이겨 상대방에게 험한 말을 할 때도 있다. 이처럼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살아가면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오해로 일어나므로 당사자들 간에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거나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면 문제의 성격이나 그 해결 방법은 달라진다. 공동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 간에 일어나는 층간 소음 문제가 결국에는 살인 사건에 이르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건은 인내심 혹은 배려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찾고 있는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자신을 기준으로 본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사회적 문제가 부합되지 않으면 거침없이 그에 대해 비판을 한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넘어서 공동체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층간 소음과 관련된 살인 사건도 소음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결국은 위층과 아래층 주민들 모두 공동의 공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적 시각으로 문제를 보았다면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문제를 우리의 방식대로 해결하고자 한다. 자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였지만 상대방은 문제를 인식도 못하고 설령 상대방이 문제 인식을 했다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한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은 정말로 형편없는 것이라고 무시한다. 나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 옳은 것이고 상대방의 문제 해결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여러 가지 첨예한 문제들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통령은 자기 비하 의식을 버리고 앞으로 나가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였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대통령은 계속 국민 탓만 하고 국민에게 호통을 쳤다고 비난하며 국민의 편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그 국민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현재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그것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보면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한 살인 사건이 자꾸 생각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어느 한 쪽이 문제 인식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며, 어느 쪽이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느냐도 결코 아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이 문제들을 넘어서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을 할 발판을 놓는 문제이고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어느 한 쪽의 기발한 해결책을 따라가는 일방적인 방식이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의견만을 관철시키려고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굳건한 미래라는 큰 그림을 놓고 자신만을 드러내려 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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