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정기 인사철만 되면 모두가 심란하다. 이동이 있는 직원뿐만 아니라 그대로 있는 직원들도 덩달아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필자도 지난달 오근장동으로 인사이동이 되었다. 아직 떠날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불쑥 다가온 전보 명령에 아쉬운 마음이 짓누른다. 순간 이곳 용담, 명암, 산성동에서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승진 후 설레고 두려운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이다.

 줄곧 청원군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청주시에 근무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 했다. 마음 푸근하고 따뜻한 직원들이 있어 근무하는 내내 직원들 때문에 불편한 적 없이 행복했다. 조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괴롭기보다 즐기며 일했던 것 같다. 지난 37년을 뒤돌아보니 여러 부서를 옮겨 다녔다. 부서를 옮길 때마다 항상 마음속에 다짐 한 것이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떠날 때 아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신규발령지였다.

 고등학교 3학년 후반기, 공무원에 대한 사명과 의무도 채 알지 못하고 시험을 보아 합격했다. 가덕면으로 출근하라는 전보 한 통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시작이었다. 필자는 신규 근무지인 가덕에서 10년을 일했다. 거기서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런 곳이기에 떠날 때 너무나 서럽고 가슴이 먹먹했다. 이장님들에게 이임 인사를 하려고 회의실에 갔으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울면서 나오고 말았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처음 근무지라 더 그랬을 테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기억의 창고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번 인사로 지금 근무지로 발령이 났을 때 지인이 전화를 주었다. 처음 시작한 곳에 가서 마무리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이다. 처음과 끝을 한곳에서 마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일 테지만, 지금 이곳 오근장동도 가덕만큼이나 정이 가는 곳이다. 오근장지역을 청원군에서 청주시로 편입할 때 필자가 그 일을 했기 때문이다. 남들은 시끄러워 머리를 흔드는 비행기 소리조차 반갑다.

 막상 와보니 청주시로 편입할 때 보다 인구가 반이나 줄어 있다. 농촌인구 감소의 심각함에 가슴이 저리다. 여기가 나의 공무원 시절 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만나면 떠날 것을 염려하고, 떠날 때 또 만날 것을 생각해야 한다. 부서를 옮길 때마다 늘어나는 전화번호를 보면서 많은 인연을 생각해본다. 인생은 이런 만남의 연속이지 싶다.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어릴 적 내 아버지 손 같이 거칠고 투박한 주민들의 손을 잡을 때마다 따스함이 몸으로 느껴진다. 잠시 눈을 들어 창밖을 내다보면 푸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와 무더위에 지친 일상에 한 줄기 청량감을 전해준다. 떠남과 보냄이 모두 아쉬움으로 남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그 아쉬움이 두려워 만남을 거부할 수 없듯 오늘도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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