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말복이 지나도 아직도 찜통더위로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들려오는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로 폭염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간혹 들려오는 그릇된 인사말을 들으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머리를 갸우뚱하게 한다. 퇴근할 때 아직 선배나 상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대체로 "수고하세요"하며 먼저 퇴근하고, 어떤 일을 잘 처리했을 때 "정말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수고하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돌아오는 추석 때도 "형수님, 수고하셨어요"라거나 "형님, 수고 좀 해 주세요"라 하게 될 것이다.

 '수고하다'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를 뜻하는 말이니,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면, 마치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평가하는 의미를 담게 된다. 또 '수고하세요'는 "계속 일을 하느라 힘쓰세요"라는 의미로, 윗사람을 놀리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도 '수고'는 '어떤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는 것. 웃어른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말임'이라고 씌어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 언어 예절'(국립국어원, 2011)에서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라고 설명한다. 비슷하게 사용하는 "고생하십니다"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글을 쓰다가 어휘의 뜻이나 맞춤법 등이 애매할 때 다른 낱말로 바꾸어 쓰듯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말은 다른 말을 사용하면 좋겠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도 "공적 관계에서, 또는 윗사람에게 '수고하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경우 그 상황에 따라 적절한 다른 인사를 찾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어 무릎을 쳤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이 일하는 윗사람을 두고 자리를 떠난다면 "수고하세요" 대신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하라는 식이다. 힘든 일을 하고 떠나는 윗사람에게도 "수고하셨습니다" 대신 "안녕히 가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같은 인사를 건네라고 제안하고 있다. 나부터 이런 인사말을 쓰도록 힘써보겠다.

 '식사'라는 말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은 동방예의지국답게 존대어가 무척 다양하지만 언젠가부터 혼탁해지고 있다. 존대어를 잘못 쓰면, 존대어를 써야할 상황에서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하는가 하면 남에게 말하면서 본의 아니게 자신을 높이는 일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필자에게도 "선생님,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하고, 가정에서도 "아버지, 식사하세요"라고 하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식사(食事)'를 한자로만 풀이하면 "먹는 일"로, "식사하세요"라고 하면 "먹는 일 하세요"가 되기 때문이라 한다. 일상적인 말이나 글에서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식으로 '식사'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예로부터 어른들께 쓰던 '진지'라는 좋은 말이 '식사'에게 밀려난 것 같다. 앞으로 윗사람에게 공손히 말씀드릴 때는 "식사하셨어요?"보다 "진지 드셨어요?"라거나 "점심 드셨어요?"라는 바르고 고운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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