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역사를 보면 다수가 만들기보다는 소수에 의해 흘러가고 그들이 한 정치는 수만 명을 살리거나 혹은 죽이는 것으로 양분된다. 이런 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앞선 문명을 가졌던 후예임에도 불구하고 931회의 외부침략을 받아야만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외침뿐 아니라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미국과 소련에 의해 점령당했고 결국 같은 민족인 북한 공산군에 의해 침략을 당해 6.25 한국전쟁이라는 역사까지 가지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있는 쯔웅아익의 킬링필드에 가던 날은 몹시 더웠다. 그러나 올여름 내내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우리나라의 더위도 만만치 않다는 소식을 보면서 이미 각오하고 온 더위쯤은 견디고 있었다.

 크메르인의 문명과 앙코르 와트의 영광을 찾겠다는 무모한 독재자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 전 인구의 사 분의 일이라고 했다. 그들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킬링필드는 전국에 산재해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한 곳을 갔던 날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하느라 성주의 주민 가슴 안에 불바다가 일 때였다.

 캄보디아는 6.25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를 도와주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빈곤과 가난을 면치 못하는 나라로 오히려 우리나라로부터 도움을 받는 나라로 전락했다. 이는 베트남의 침공과 크메르 루주 정권이 저지른 대량 학살과 내전 탓으로서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나라로 퇴진한 것이다.

 필자가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덥고 살기 어려운 후진국을 왜 가냐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동남아의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덜 더웠으며 물가도 싸서 여행비가 부담이 없었다. 더구나 한 나라의 수도이며 킬링필드가 가까이에 있는 프놈펜에 머물면서 내가 사는 나라에 대해 새삼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불만이 가득한 말을 많이 하거나 듣다 보면 나쁜 기운이 감돌아 마음마저 어두워진다. 그런 환경이 거듭될수록 좋지 않은 영향이 쌓여 자신도 모르게 공격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전해지는 신문기사나. 핸드폰으로 수시로 알려주는 신문의 속보를 보고 있으면 하루도 마음이 어둡지 않은 날이 없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세상일쯤은 잠시나마 잊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지다 보니 와이파이 존에 가면 온갖 소식이 핸드폰을 통해 전해지니 떠나봐야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더구나 킬링필드를 다녀오고 며칠은 억울한 죽임을 당한 혼령의 기운이 느껴져 몸살까지 앓았다.

 8.15 광복절 경축사의 내용에 대한 논란과 자꾸만 변해가는 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고 말장난으로 연명하는 사드 문제도 답답하다. 그렇다고 세상사에 귀를 막을 수도 없고 산속으로 피신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칠월 어느 날에 집을 떠났다가 입추와 말복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폭염이었다. 뜨거운 햇볕은 오곡백과는 영그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매일 들려오는 델일 것 같은 나라 소식은 무엇을 남겨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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