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 프랭클린 루우즈벨트, 윈스턴 처칠.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유명 인사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들 모두가 말년에 치매에 걸렸었다는 것이다. 부와 명예를 누렸던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치매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4초에 한명씩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폭발적인 치매 증가율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치매 때문에 지출하는 사회적 비용도 2015년 968조원 정도였지만 2030년에는 2,367조원으로 늘어나리란 전망이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고령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아직 인류가 풀어 보지 못했던 치매 쓰나미 문제가 우리를 덮쳐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 47만 명이던 치매인구는 2015년 64만 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2015년~2050년까지 치매인구 증가율이 423%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10명중 4명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이로 인해 가파른 인구의 고령화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치매로 고통 받는 노인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예방관리센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다"라는 물음에 56%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부모가 치매에 걸린다면 집에서 모시겠느냐는 물음에 76%가 요양시설에 모시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물음에는 다수의 노인들이 "하루 빨리 죽는 편이 낫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치매에 걸려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가족들을 고생시키며 인간답지 못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조기에 치매를 발견한다면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어 중증치매가 되는 중기, 말기 단계를 짧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치매증상이 있을시 조기에 치매 커밍아웃을 하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매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오는 9월은 알츠하이머의 달이며, 9월 21일은 세계 치매 극복의 날(World Alzheimer's Day)이다. 대한치매학회에서도 치매 예방을 위한 '진인사대천명+고(Go)!'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진'은, 진땀나게 운동하자. '인'은,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자. '사'는,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자. '대'는, 대뇌 활동을 열심히 하자. '천'은, 천박하게 술 많이 마시지 말자. '명'은,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자. '고'는, 고혈압ㆍ고혈당ㆍ고지혈증을 조절하자.이다.

어느 스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치매, 가족을 오랫동안 괴롭힐 미운 치매가 아닌 적당히 앓다가 가족들과 헤어질 수 있는 예쁜 치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현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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