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우리는 '똥'하면 더럽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똥이 꼭 더러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약이 되는 소중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말똥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더위를 먹었을 때 생말똥을 짜서 그 즙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같이 더운 날 더위 먹은 사람이라면 한번 귀 기울일 만한 정보 아닐까? 최근 대변 은행이라는 것이 생겼다고 한다. 보통 은행이라고 하면, 소중한 것을 맡기는 곳인데, 대변이 이제 소중한 대상이 된 것이다. 미국에는 이미 2개의 대변 은행이 개설되었는데, 그 은행에서는 대변 샘플 하나를 기증하면 40달러를 받는다. 일주일에 5번씩 1년을 기증하면 무려 약 1437만원이나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나 기증할 수는 없다. 전체 지원자 중에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여 선정되는 사람은 5%도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 대장 속에는 매우 건강한 균들이 서식하는데, 대변을 이식하여 건강한 균을 받아들이면 환자의 장도 건강해진다. 이 방법을 통해 항생제 남용으로 발생한 급성 설사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병은 치료가 어렵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유일한 해결책이 대변 이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만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비만도 대장 안에 사는 균 때문에 발생하는데, 건강한 균들이 살게 되면 비만을 일으키는 균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암이나 알레르기 질환, 감염증 등과도 같은 병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건강한 '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똥을 이용하여 환경을 개선하고 연료를 얻고자 하는 연구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에서는 '똥을 분해해 연료로 만드는 실험실'이 있다. 이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가장 중요한 장소인 화장실이 있다. 여기서 대변을 보면 곧바로 환기팬이 돌면서 대변을 말리고, 그 후에 미생물반응조에 말린 대변을 넣으면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메탄가스는 보일러로 들어가 난방 연료가 되고, 이산화탄소를 조류배양조로 가서 미세조류의 먹이가 된다. 이 미세조류가 이산화탄소를 먹고 성장해 배양조 바닥에 가라앉으면 압착기를 통해 바이오디젤로 바뀌는 것이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이런 말 아닐까? 이제는 똥도 더럽다고 볼 것이 아니라 보물로 취급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주변에 내가 가치를 모르고 버렸던 귀한 것들이 없는지 다시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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