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사람이든 조직이든 꿈이 있어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게 된다. 꿈은 그래서 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꿈으로서 비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문제다. 오히려 그것이 서민들을 더 좌절하게 만들고 사회적 자원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대강 사업, 해외 자원 개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조정 등에 대한 비전이 그렇다.

 애써 만든 비전이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 비전설정을 문제해결을 위한 일회성 행사로 여기기 때문이다. 장기 조망으로 그 의미와 용도를 정확하게 분석하기보다는 당장을 위한 미사여구로 나열만 하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만들어진 비전이 달성되려면 그것이 늘 살아서 움직이도록 제도를 고치고 비전 추진단을 구성하여 수행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 평가와 같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비전이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와 욕구에 기반을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비전이 경영자의 주관적 생각이나 욕구, 그리고 주변 몇 사람의 과잉 충성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체 구성원들의 꿈과는 괴리가 생긴다. 진정한 비전은 구성원 각자의 꿈의 합이어야 한다. 따라서 전쟁과 같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성원들의 참여 없는 하향식 비전설정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즘의 우리 사회가 바로 그렇다.

 셋째, 비전이 공유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전은 조직이나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 대중들이 그것을 진정 바람직한 것으로 동의하고 정신체계 속에 내재화해야 조직이나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다수 대중의 가슴에 파고들지 못하는 비전은 정파적 이념이 되어 스트레스만 주게 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다수의 염원을 대변할 수 있는 비전만이 진정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서 국민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이끌어 가기 위한 매력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을 향한 한마음 한뜻보다는 갈등과 분노와 좌절이 그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희망의 미래를 창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고 있고, 그나마 변변한 일자리는 속칭 금수저 자녀들이 편법을 동원하여 독차지하고 있다. 수 조원의 세금이 들어간 부실 대기업들은 그 세금으로 성과 없는 성과급 잔치만 벌이이다가 거덜이 났다. 기가 막힌 것은 다시 한 번 잘 하겠으니 세금을 더 보태달라고 한다.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꿈도 꿀 수 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요즘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내놓는 어떤 비전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미래로 나가기 위한 동력이 식고 있다는 뜻이다. 희망의 미래를 향한 비전이 없다보니 각자도생의 약육강식만이 생존원칙이 되었다.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드는 비전이 없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무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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