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의 역점사업인 항공정비사업(MRO)이 무산됐다. 충북도는 향후 MRO가 아닌 다른 항공산업으로 대체 추진한다고 했지만, 그 역시 불투명한 충북도만의 희망 사항이다. 도의회가 그토록 확정되지 않은 사업에 혈세를 투입할 수 없다며 견제하는 것도 무릅쓰고, 전담추진기관장의 계속된 허언과 충북만의 장밋빛 청사진에 매몰되지 말라는 주변의 경고와 조언에도 불구하고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사업이 공중에 날아가 버렸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참여한 이 사업은 이시종 도지사와 이승훈 시장의 공약이기도 해 둘 모두 재임 기간 치명상을 입게 됐고 3선 도전을 밝힌 이 지사의 앞으로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업의 무산은 주변 여건과 상황은 고려치 않은 채 충북만의 '짝사랑'과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막대한 돈만 날리고 충북도의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 발굴과 유치, 대외협력에서의 형편없는 능력만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의 얄팍한 처사는 그다음이다.

충북도는 MRO를 추진하면서 두 번의 헛발질을 했다. 한 번은 같이 사업을 추진할 선도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버림을 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으로 선택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도 외면당한 것이다. 두 번 다 믿었던 상대에게 뒤통수를 맞은 꼴로 이 과정에서 충북도는 명확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후속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아전인수 격으로 현실을 가볍게 봤다.

KAI로부터 버림을 받은 걸 되돌아봐도 KAI가 충북 대신 경남을 택할 것 같은 징후는 2014년 12월 처음 나타났다. 충북도는 그런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범(?)함을 보이다 그달 23일 경남도와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자 당혹스러움 속에 부랴부랴 대안 찾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도 추진전담 기구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전상헌 청장은 그해 7월 "오는 8월 말까지 합의각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지방의회 경시 발언 파문으로 사과까지 하는 좌충우돌로 빈축을 샀다.

이후 추진에서도 충북도는 계속 밑지는 장사를 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선도기업으로 참여를 요청, 2015년 1월 청주시와 함께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방침으로 지금껏 사업계획서를 제출치도 못하고 질질 끌려오다 결국 참여 포기 통보를 받는 상황까지 왔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위해 주 무대인 청주 에어로폴리스 지구에 들이부은 예산만 1지구 용지 매입과 공사비 212억 원, 2지구 설계비와 기타 공사비 34억 원 등 240억 원이 넘는다. 이 모두 도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이 지사는 사업 무산을 공식 발표하며 "도민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재선을 거치며 막힘이 없었던 그의 전도(前途)에 오점으로 남으며 3선 가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태를 통해 대규모 사업 유치에서 도 차원의 시스템 정립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그러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책임 규명은 두말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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