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청주시 상당구청 민원지적과 주무관

 

[손은주 청주시 상당구청 민원지적과 주무관] 구청 민원지적과 가족관계등록팀에 소속되어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10개월 남짓 된 새내기 공무원이다. 아직은 서툰 점이 많지만, 간절히 바라던 위치에 서게 되었기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전연수과정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친절행정서비스'였다. 원래 서비스라는 말 자체 속에 봉사나 섬김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친절'이라는 별도의 수식어가 불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이해한다.

 공무원을 공적인 심부름꾼이라는 뜻의 공복(公僕), 영어로는 public servant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현재 내가 맡고 있는 업무는 가족관계등록신고와 관련해 접수 처리를 하는 것이다. 얼핏 단순하고 간단한 일 같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 않다. 사안에 따라, 민원인들의 처지에 따라 복잡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때문에 법령 등의 해석을 놓고 가끔씩 민원인들로부터 강한 이의가 제기되고, 추가적인 서류나 절차를 요구해야할 때에는 격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가족관계등록업무는 그 특성상 대체 방안이 거의 없다. 즉, 민원인은 자신의 선택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관계법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기업 활동이나 일반적인 사회의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서비스 상황과 크게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이든 지켜져야 할 큰 원칙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우선하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결국 친절행정서비스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민원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봉사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어려움이 따를 때가 많이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면 민원인들과 크게 부딪힐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규정에서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큰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마저 있다.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아쉽고 속상할 때가 있다.

 요즘 '감정 노동'이란 말이 자주 언급된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실제 감정을 억제하고 잘 관리하면서 업무상 요구되는 좋은 감정이나 자세 등을 유지해야 하는 노동 형태를 뜻한다. 물론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감정 노동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눈여겨 볼 부분도 있다.

 우리가 민원인과 만나는 것은 단순히 규정이나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나 정서를 나누는 측면이 크다. 내가 맡고 있는 가족관계등록신고와 관련해서 민원인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희로애락의 심경을 가지고 방문 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민원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좀 더 이해하면서, 때로 화나거나 속상한 내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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