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현대도시의 새로운 물리적 환경의 화두는 공동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의 성공적 조성에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도시문제가 발생되고 이중 공동체의식의 결여 혹은 단절은 도시를 계획하는 사람이나 도시를 관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가장 신경 써야하는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전의 비도시화지역에서 사람냄새 나는 활동과 교류 그리고 이를 위한 특징적인 장소는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은 물론 많은 향수를 가져오는 이야기 거리로 남아있다.

 동구나무아래서 마을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동텃밭에서 모여 생산을 통한 분배는 지역산업과 함께 강한 유대감을 갖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현대산업화로 인한 도시는 정보와 교류의 장이 현저히 줄어 개인적인 관계에 의한 목적적 교류만을 이행해 정주환경에서의 공동성은 사라지게 되었다. 경조사에는 그 지역 구성원들의 공통된 관심이고 참여였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집안의 경조사가 있을 때 같이 생활하는 공동주택단지에서 참여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체는 예전 같지 않아 붕괴되는 정도까지 다다르게 되었고,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 의해 공간을 초월하여 여러 곳에서 여러 형태의 모임으로 인간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겠지만 공간이나 시설에 대한 공동체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이나 모임공간의 위치는 대부분이 활동의 중심이 아닌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혹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위치에 배치하고 있다. 또한 주택이나 공동주택의 배치가 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서로 마주보며 하나의 거주단위를 형성하기보다는 서로 피하면서 건물이 서있게 된다.

 커뮤니티란 어원에서 정의하듯이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러한 소통은 공간과 공간, 시설과 시설이 소통할 수 있는 배치형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공동주택단지마다 산책로를 조성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내 공간일 뿐 주변이나 인접단지와 연결이 되지 않아 이 또한 한정된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시급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공동주택단지마다 인접해있으면서 별도의 부대복리시설을 가지고 있고 이들 간 상호이용이나 공동사용이 단절되어있다는 것이다. 만약 각 단지별로 특화된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다른 단지의 입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대규모의 제대로 된 시설에서 경비의 절약은 물론 좀 더 넓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낭비를 줄이고 진정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 제도적으로 지자체 나름의 통합커뮤니티시설의 개념을 도입하고 다양한 조성기법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공동주택관리규약속에 명시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용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유도한다면 다양한 시설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공동체를 실현하는데 밑바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와 함께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나아가 주민들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성공적인 도시관리모델로서 시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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