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얼마 전 배달된 '청주시민신문' 9월호를 보니 표지부터 시선을 끌었다. 거대한 빌딩을 연상하는 사진에 '직지코리아'가 선명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청주 예술의전당 광장에 8,000여 개의 격자형 상자를 쌓아 올려 세워진 높이 11.7m 길이 87m 규모의 직지 월(WALL)의 웅장한 모습이었다. 직지의 우수성을 세계로 알리는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의 주상징물로 직지 하권에 있는 16,021자가 새겨져 있고, 활자마다 LED 조명이 설치되어있어 밤에는 오색영롱한 빛이 빛나게 된다하니 기대된다. 지역 모 방송에서도 이승훈 청주시장이 출연하여 대담하는 것을 시청하고, 직지코리아에 대하여 알게 되어 기뻤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국제행사 '직지코리아'가 9월 1일부터 8일까지 '직지, 세상을 깨우다'란 주제로 청주 예술의 전당과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2001년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직지 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을 격년제로 시행해 왔는데 이를 '직지코리아'로 통합, 국제행사로 위상을 높여 올해 처음 개최하는 것이다.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직지, 금빛 씨앗'을 테마로 한 주제 전시에서는 11개국 35개 팀 작가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금빛 씨앗 직지를 소재로 한 5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1455년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 구텐베르크 성서를 찍은 인쇄기를 17세기에 복원한 인쇄기도 전시된다니……. 직지가 한국을 넘어 인류발전사의 징검다리임을 강조하기 위해 유명한 산업디자이너인 론 아라드(Ron Arad)에게 파빌리온 디자인을 맡겼는데, 서책을 엎어놓은 지붕모양이 마치 한자 사람 인(人)자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여러 목차로 나누어진 하나의 책이라면, 파빌리온은 그 내용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표지와도 같다니 더욱 뜻깊다.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는 독서와 휴식 공간인 책의 정원이 들어서고, 체험공간인 직지 놀이터에서도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10주년 출판기념회 및 책 전시회의 초대장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12월 1일에 한 행사였는데 올해는 직지코리아와 연계하여 9월 6일에 열리는 것이다. 수강생의 소중한 책이 나오도록 지도한 지도강사의 한 사람으로 이런 국제행사에 동참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직지가 인류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조판이 가능한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기 때문이다. 행사장 주변에는 청주 시민추진단이 만든 '1377 고려 저잣거리'가 들어선다니 우리도 잠시 고려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직지가 탄생할 당시 의상을 입고 주막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판소리, 마당극을 관람하며 60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맛볼 수 있다니 가슴 설렌다. 모쪼록 야심차게 준비한 이 국제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적극 동참하여 직지의 교훈을 되새기며 소중한 체험과 추억을 만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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