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의 역점 과제였던 항공정비(MRO)사업 무산의 후폭풍이 크다. 충북도의회와 시민단체는 공동 참여한 이시종 도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주무 기관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전상헌 청장의 사퇴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도의회 차원에선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꼬였는지 살펴보겠다며 특별위원회 가동이 논의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함께 향후 '100년 먹거리'로 내세우며 야심 차게 추진하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돼버린 데 대한 반발이다.

이를 계기로 대규모 사업과 자본 유치에 대한 자치단체의 접근 방법 개선 필요성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실적 위주로 한바탕 대외 홍보를 한 뒤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제대로 짚지 않는 데 대한 지적이다. 이번 MRO 무산도 그중 하나다. 처음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당연히 충북과 손을 잡고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마음 편히 먹다가 졸지에 경남에 뺏기면서 뒤통수를 맞았다.

그 대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잡았는데 이마저 참여키로 한 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변변한 사업계획서 하나 제출치 못 하고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막판 외면당했다. 그 과정에서 충북은 주변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익을 우선하는 사기업이 수지 타산을 맞춰보고 있을 때 충북은 당연히 같이 갈 줄 알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참여 포기'라는 날벼락 통보를 받았다. 결국, 세심한 준비와 입맛에 맞는 것만 고르는 게 아닌 객관적인 상황 분석과 대응 부족, '최선'이 안 됐을 때의 '차선'대안 수립 등의 구조적인 허술로 두 번이나 헛발질했다.

그 이면에는 양해각서(MOU)에 대한 인식 부족과 허술한 대처가 한몫했다. 양해각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한다는 구속력이 없다. '관심 있으니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MOU만 맺으면 모든 게 다 끝난 거로 아는 게 문제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충북도가 민선 5기(2010년 7월~2014년 6월) 때 투자 유치 MOU를 체결한 기업은 309개 업체다. 이 중 67개 업체(21.7%)가 투자 포기나 휴·폐업, 공사 중단 등으로 이행을 못 했다. 금액으로는 16조7700억 원 중 2조8251억 원이 무산됐다. 민선 6기 들어서도 이 같은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MOU를 체결한 265개 업체 가운데 11개 업체가 투자를 진행치 못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투자 규모가 큰 곳이 끼어 있어 전체 실적을 떨어뜨리고 있다. 2011년에만 해도 6300억, 2300억 원을 투자키로 한 업체가 입주를 포기하거나 부도로 중도에 빠졌다.

MOU를 맺는 그 자체, 희망 사항으로 끝날 수 있는 실적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자치단체의 대응이 절실하다. 그 대응에는 반드시 이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체결 이후의 사후 관리, 자치단체만의 처지가 아닌 주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수용 자세가 필요하다. MRO 파동을 두 번 다시 겪어서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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