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사람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입안(立案)한다. 장기 계획, 중기 계획, 단기 계획을 작성하여 실행한다. 그러나 말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계획의 입안과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특히 장기 계획을 설정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장기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 바꿔 말한다면 실행 가능한 장기 계획이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또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 것인가.

 중국 사람들은 태연하게 100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고 하지만 이런 계획의 입안과 실행에는 웅대한 인간적 스케일과 태풍이 불어도 끄덕하지 않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앤드류 카네기는 소년시절 동생과 함께 실업계에 진출하여 '카네기 형제상회'를 만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계획대로 30년 후에 '카네기 형제상회'를 설립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온 정열을 바쳐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 계획을 세우라. 그러나 계획에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긴 여정(旅程)에는 무엇보다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착실히 실행할 수 있다는 여유가 있게 되면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장기 계획을 성공시키는 비결인 것이다.
 
 경희대학교의 설립자 조영식 총장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 훗날의 일까지 미리 예상하여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늘을 살기에 급급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더더구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어둡고 참담하더라도 보다 밝은 내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설령 실현되지 못할지언정 자기대로의 꿈을 지녀야 한다. 그가 신흥 초급대학(新興初級大學)을 인수하고 나서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교육기구를 확장하는 데에는 그에게 수십 년 후를 내다보는 선견(先見)의 명(明)과 기어코 이루고야 말겠다는 고집스런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지난날을 이야기 한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회기동 산 14번지는 문자 그대로 허허로운 산야(山野)에 지나지 않았지요. 맨 처음 생긴 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가교사가 들어서면서 교문이 생겼어요" 사람들은 황막한 산골짜기에 난데없이 솟아난 거대한 교문을 바라보고 제각기 한마디씩 했다. "저 놈의 학교는 가교사에서 공부하면서도 교문은 왜 저렇게 요란스럽게 크지? 독립문보다 크고 파리의 개선문보다 크다. 요즘 교육 사업이 수지가 맞는다더니 저 사람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이비 교육자인 모양이다" 그러나 거인(巨人)의 꿈은 거인만이 아는 법. 그는 앞날의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 헐벗은 골짜기에 그 커다란 깃을 내리고 둥지를 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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