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탈 등 대회 곳곳서 운영 문제점 노출
직지코리아 '팀킬'에 흥행 악영향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저예산, 적은 인력, 무경험'으로 치러지고 있는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부족한 만큼의 대가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6일 청주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가 중반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고가 터지면서 운영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무예마스터십은 격년제로 세계무술축제를 열고 있는 충주에서 개최하려다 청주로 급선회했다. 충주시에서 예산 문제로 거부한 것이다.

개최지가 결정됐지만 이번엔 예산이 걸림돌이 됐다. 지속적인 반대 기류가 있던 도의회가 예산 통과를 호락호락하게 용인해 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막판에 도의회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주면서 81억 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러시아나 중국에서 열린 국제컴뱃대회 경비가 500억 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액수다.

대회 조직위원회 인력도 상당히 적다. 전체 78명이 전부다. 또 대부분이 충북도 각 국과 청주시에서 파견 나온 인력이기 때문에 비전문가들로 이뤄져있다. 경험있는 전문위원은 4명뿐이다.

세계 대회를 열기에는 부족한 조건 속에 열린 무예마스터십은 대회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 태클은 대회 개회식이 있던 2일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창립 총회에서 발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WMC 위원을 36명 위촉했는데, 나세르 나시리 아시아킥복싱연맹 회장이 자신을 제외시켰다며 행사장에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향후 집행위원 참여를 약속하며 겨우 진정을 시켜 킥복싱 대회가 차질없이 진행됐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돼 버렸다.

무에타이나 유도, 검도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관람객 동원도 시원치 않았다. 국민적 관심을 끌게 하려던 노력이 6일 현재까지는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청주시가 직지코리아 행사를 같은 기간에 개최해 관람객을 뺏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더 큰 일은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지난 3일부터 본 경기가 열렸는데 그날 타지키스탄 선수 4명이 자취를 감췄다. 4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선수 4명과 스리랑카 선수 3명이 숙소를 이탈했다.

다행히 우즈베키스탄 선수 2명은 복귀했다.  같은 날 우슈 종목 참가를 위해 인천공항에 입국한 우간다 국적 코치도 종적을 감췄다. 현재까지 10명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조직위는 부랴부랴 충북도 각 국의 도움을 받아 5일부터 24시간 감시체제에 돌입했다.

올림픽 등 여느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는 이탈자가 나오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이지만 숙소 감시체계를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5일에는 큰 사고는 아니지만 조직위 차량 사고까지 나면서 대회 운영자들의 속을 긁었다. 조직위는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무예마스터십 대회가 탈이 많이 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어쩌면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충북도의회의 한 의원은 "정부로부터 아직 국제대회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개최한 측면이 있다"며 "더욱이 상당히 부족한 경비와 경험도 전무하고 숫적으로도 적은 조직위 구성 등 이런 여건은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무예마스터십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나 인력이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대회를 열게 되면서 조직위 직원 모두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만, 부족함 속에 이만큼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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