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봉 공인노무사] 노무사 업무를 하다보면 사업주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직원의 임금에서 일부 금액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예를 들어 어느 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데 그 손해액을 그 직원의 임금에서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는지, 회사에서 직원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를 다 갚지 않고 퇴사하는 경우 퇴직금이나 임금에서 남은 대여금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는지 등이다.

회사에서 직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월급을 주고 거기서 돈을 받는 것이나 월급에서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의 형사처벌 사항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임금에서 공제가 가능한지, 다시 말해 어떤 경우에 회사가 직원에게 가진 금전채권으로 직원의 임금채권에 대해 상계가 가능한지,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1. 상계의 일반원칙

A는 B에게 5,000만원의 금전채권이 있고, B는 A에 대해 4,000만원의 금전채권이 있는 상황에서 두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A는 B의 A에 대한 채권 4,000만원(ⓐ)과 A의 B에 대한 채권 중 4,000만원(ⓑ)을 동시에 소멸시키고 B에게 1,0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당사자 간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가지고 두 채무가 모두 이행기가 된 경우 각 채무자는 서로 대등액에 관해 채권ㆍ채무를 소멸시킬 수 있는바, 이를 상계하고 하며(민법 제492조), ⓐ를 수동채권, ⓑ를 자동채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계는 당사자 쌍방의 채무가 서로 상계적상(동종 채무의 존재, 양 채무의 이행기 도래)에 있다고 하여 그 자체만으로 채무 소멸의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에 대해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을 때 비로소 상계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6524 판결). 이 때 상계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단독행위이므로 상대방에게 상계의 의사표시가 도달하면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계의 효력이 발생한다.

 

 

2. 임금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원칙(임금전액지급의 원칙)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의하여 사용자는 그 수령권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퇴직금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갖는 대출금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다(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라고 판시함으로써 임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1조는 ‘사용자는 전차금(前借金)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前貸)채권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차금’이란 취업한 후에 임금에서 변제할 것을 예정하여 근로계약 체결시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대부하는 금전을 말하며, 전차금 등은 근로자를 사용자에게 신분적으로 장기간 구속하게 하여 근로자에게 사실상 강제근로를 강요하는 폐단을 발생시킬 수 있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감수케 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임금과의 상계를 금지하고 있다.

 

3. 임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은 가능

그렇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임금채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임금의 전액지급의 원칙에 비추어 사용자가 근로자의 급료나 퇴직금 등 임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다른 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무명의의 집행을 위하여 근로자의 자신에 대한 임금채권 중 2분의 1 상당액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는 아니고, 같은 법 제21조는 사용자가 전차금 기타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과 임금을 서로 상계하지 못한다는 취지를 규정한 데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사용자의 임금채권에 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4. 3. 16. 93마1822 결정).”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임금채권 중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압류 및 전부명령이 가능하다. 단, 무조건 임금채권의 2분의 1까지 압류 및 전부명령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민사집행법 제246조에 따라 최소 150만원까지는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4. 임금채권에 대한 상계가 가능한 경우

▶근로자 동의에 의한 상계는 가능

근로기준법 제43조에서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을 규정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때 근로자의 동의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해야만 인정되며,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 계산 착오로 인한 초과지급 임금의 조정적 상계는 가능

또한,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되었을 때 이를 조정하기 위한 상계는 가능하다. 다만, 상계권 행사의 시기가 초과 지급된 시기와 근접해야 하고 금액과 방법이 미리 예고되는 등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한편, 근로자가 퇴직한 후에 그 재직 중 지급되지 아니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무방하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공제(상계)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으로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상계가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서를 받아 두어야 할 것이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채권은 별도의 청구나 소송절차에 의할 수밖에 없다.

 

▲한정봉 공인노무사.

<약력>

△ 대전고등학교 졸업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現)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現)

△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前)

△ 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現)

△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現)

△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現)

△ (주)굿앤굿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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