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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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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7  14: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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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우르르 바람이 일어서고 있다. 한 달이 넘도록 미동도 않던 바람이 수위를 높이고 행세를 시작한 것이다. '라이언룩'이란 이름을 가진 제10호 태풍이다. 이는 우리지역에 비바람을 몰고 왔다. 마당가에는 밤새 감나무 잎이 크게 요동을 치며 풋감을 지켜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야물지 못한 땡감들이 맥없이 툭툭 마당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이상 기류가 어떻게 방향을 바꾸어 덮쳐올지 불안하다.

 며칠 전까지 애타게 기다리던 바람이었는데 거칠게 달려드는 걸 보니 금세 달갑지 않은 마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을 간사하다 했던가. 하룻밤 사이에 기온을 뚝 떨어뜨린 바람이 선뜩하게 느껴진다. 쉽게 변하고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사람이 더한지도 모른다.

 태풍, 라이언룩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그 위력을 얼마나 휘둘러댈지 전전긍긍하며 멀리 비켜가기를 바랄 뿐이다. 해마다 여름 끝자락이면 어김없이 맞닥뜨리는 태풍에 속수무책 당해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면서도 완벽히 대처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밖에선 여전히 바람이 쇳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거리를 휩쓸고 다닌다. 이번에는 어디를 타깃으로 삼으려는지, 염탐하듯 무섭게 창문을 뒤흔들며 기웃댄다. 한바탕 휘돌아 칠 때마다 곳곳에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 유용하게 작용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바다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한바탕 속을 뒤집어놓아야 생태계가 활성화 된다. 바닷물을 정화시키고 적조현상을 없애주는 것은 강한 바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을 곱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오죽하면 처음 태풍의 이름을 명명할 당시 호주의 일기예보관들은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따다 붙일 생각을 했을까.

 힘 있다고 갑질하는 꼴이 마치 정치인과 닮았다는 얘기일 게다. 지방의 작은 정치인마저 제 영역 밖의 일까지 넘나들며 갑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 또한 태풍의 피해보다 결코 적다할 수 없을 것이다. 태풍과 정치인을 한통속으로 대한 것을 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을 보는 눈은 비슷했나 보다.

 문득 '불가원 불가친(不可遠 不可親)'이란 말이 떠오른다. 너무 멀리해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된다는 말은 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바람 역시 사람살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적절한 관계맺음이 요구된다. 형체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놈의 정체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서로 소통이 가능할 때만이 비로소 바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요, 알맞게 불어오면 삶의 신선한 활력소가 된다. 열심히 땀 흘리고 난 뒤 맞는 바람은 얼마나 상쾌한가.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실에서는 썩은 곰팡이가 피어나고 악취를 풍기기 쉽다. 가장이 잘못 바람을 피우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고, 무에 바람이 들면 아무 맛도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바람과 정치는 정도로 다스려 나가야만 병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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