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항공정비(MRO) 사업 특별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24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유치 실패라는 헛발질을 한 충북도의 추진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특위 구성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여야는 상반된 주장과 입장으로 부닥치다 결국 표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되자마자 표결 절차와 결과 발표 등을 놓고 격돌하면서 야당에서는 의장 불신임안 추진 검토까지 들먹이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의회 운영에서 매끄럽지 못한 게 있었다 하더라도 특별위원회는 가동돼야 한다. MRO 사업은 충북도가 유치전을 벌일 때부터 '100년 먹거리'라며 그 중요성과 가치를 역설하면서 적잖이 불거졌던 반대 논리를 잠재운 현안 과제였다. 도민 혈세인 예산 246억 원이 들어갔다. 이 예산도 올해 두 번의 추가경정예산에 모두 올라와 가까스로 반영됐다.

도의회가 예산 심사를 하면서 "이렇게 건건이 돈이 모자란다고 추경을 편성하는 건 그만큼 사전 준비와 검토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견제를 했지만, 충북도는 "이번만 도와주면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읍소 작전으로 나왔다. 도의회는 결국 "일단 일은 벌어진 것, 외국 손님들 초청해놓고 시원찮은 행사가 되면 안 된다"는 '벼랑끝 전술'을 못 이기는 척 받아줬다.

주변에서 이렇게 '준비를 잘해라' '세밀히 검토하고 추진하라'고 했지만, 사업은 결국 충북을 외면했다. 처음 선도기업으로 손을 잡길 바랐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4년 12월 충북을 버리고 경남을 택했다. 그 이전 KAI의 동태가 의심스럽다며 괜히 뒤통수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던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쳤던 충북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충북도는 심기일전한다며 대안 선도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사업계획서 제출을 1년 7개월이나 미루는 미적거림에 속만 끓이다가 역시 내쳐졌다.

충북도는 두 번 모두 "잘되는 것이냐" "어째 뭔가 이상하다"라는 지적에 "잘된다"고 했지만 돌아온 건 우리 입맛에 맞춰주길 바라면서 일방적으로 오매불망 기다리다 된통 당한 '짝사랑'의 아픔, 실익 없는 '헛발질'이었다. 이러니 도민을 대신해 충북도를 비판·견제해야 하는 충북도의회에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 건 당연하다. 이는 여야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 누구를 더 신뢰하는지 하고는 다른 문제다.

야당은 상임위원회(산업경제위원회)에서 맡아도 될 사안이라는 걸 내세웠지만, MRO 사업 문제는 그럴 정도로 통상적 사안이 아닌 데다 그동안 온갖 논란 속에 추진되다 예산만 들이부은 채 실패에 직면한 충북도의 패착이다. 당연히 뭐가, 뭣 때문에, 어떻게 잘못됐는지 명확히 따져 재점검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앞으로의 사업에 잘된 점과 아쉬운 점, 잘못된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킨 만큼 사후 수습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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