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실체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실체를 직접 소지하거나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서도 이미지로서 바꾸어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아 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한다. 실체 또는 실질을 문자로서 흉내 낸 하나의 약속이 상징으로 분류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의 이름이나 상품의 브랜드를 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실체를 대신하는 허상의 이미지이다. 이렇게 인간은 문자나 각종 그림과 사진 등 다양한 상징물의 허상으로 편리하게 소통하며 생활한다.

 또 엄청나게 분화된 미디어의 도움으로 우리는 넘쳐나는 이미지를 나누고 때로는 즐기면서 접촉하고 생활하며, 생활의 일부가 되어 늘 가까이 지낸다. 실체를 대신하는 이미지로의 변환은 그 적용분야가 매우 광범위한데 심지어는 지식 콘텐츠 분야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가까운 지인이 영어학습 콘텐츠에 대한 이미지 창출 작업에 대해 상담하고 조언을 구한다. 그는 서울시내 유명 영어학원에서 강사생활 10여년을 맞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자신의 지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실제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나 이미지 효과 또는 미디어 변화에 무디게 대처해온 바, 갑자기 원하지 않게도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경쟁자들이 이미지 관리를 잘해 앞질러 가는 것을 목도하고 뒤늦게 이미지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미지가 아닌 실질의 탄탄한 지식 콘텐츠로 승부해온 이 젊은이의 성실한 아날로그적 마인드는 칭찬 받아야 마땅하고, 후일에는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 영어학원 시장의 생태를 들어보니 반드시 실질적인 실력만으로는 자신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어떤 경쟁자는 분명 한수 아래인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의 콘텐츠를 설명하는 이미지로의 변환과 소통방법을 적절히 구사해 매우 빠른 속도로 자신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시대 흐름의 변화속도가 이 젊은이의 의식생활패턴을 이미 앞지르고 가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가진 지식 콘텐츠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듣자마자 당장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약속을 하고 말 정도로 분명 그의 지식상품은 매력이 넘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실체에 걸맞는 이름과 이미지 작업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금 당장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몇몇 소주 이름을 떠올려 보라. 쓰디쓴 소주 맛을 즐기던 그때가 언젠가 싶을 정도로 변신한 참신한 소주의 이름과 이미지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맑고 고운 이미지의 소주가 아닌 착한 이미지의 소주이름들.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도처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조차도 잊고 지낸다. 그러나 이미지도 실체에 걸맞아야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지 가짜 이미지는 역시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혹여 엉터리 실질에 가짜로 분칠한 이미지는 없는지 우리 주위를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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