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이번 주는 추석 명절로 인해 5일 간이 긴 연휴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멀리서 친척이 왔다. 우리 가족들은 밀린 이야기를 하며 지나간 시절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하룻밤을 자고 나더니 볼 일이 있다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10월 초에 중간시험을 봐야 해서 시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올라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번에 시험을 잘 보면 아빠가 새 휴대폰을 사주시겠다고 약속했다며 성적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시험기간 기억이 난다. 나도 조카 못지않게 공부를 열심히 할 이유를 찾았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 번민하며 초초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 부담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홀가분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들도 최근 시험을 보았다. 시험을 낸 기관은 교육부였고, 대학들은 열심히 교육부가 낸 지표에 맞추어 평가를 준비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답안지를 제출하였고 채점 결과가 8월 말에 발표되었다.

 대학 평가 결과를 통해 대학들은 자기 대학이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대학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와 관련하여 객관적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학 평가 결과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절대적으로 교육 기반 시설이 좋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과 상대적으로 교육 기반 시설이 좋지 못한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교육부의 평가를 받게 된다. 당연히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들은 좋은 평가 결과를 받게 되고 지방 소도시 대학들은 좋지 않은 등급을 받게 된다.

 교육부 발표를 보면 수도권 지역에는 참으로 훌륭한 대학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좋은 대학들이 수도권에 있는 것일까? 물론 모든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 우수한 평가 결과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대학 평가 구조인 것 같다. 주변에 좋지 않은 평가 결과를 받아서 열심히 내년에 있을 재평가를 준비하는 대학의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대학 평가를 실시하는 취지는 좋은 것 같지만, 지방 소도시에 소재한 대학은 반백년 동안 대학이 운영되었던 지역 사회를 떠나 수도권으로 대학을 이전하면 우수한 평가 및 입시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농담 섞인 진담을 하였다.

 교육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사회 및 기업의 요구에 맞는 실질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내는 시험에 대비하고 그것에 맞추어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대학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넘어 서면 대학들은 내년 여름에 치르게 될 대학 평가라는 시험에 열심히 대비하고, 가을이 시작될 때가 되면 평가 결과를 더욱 초초하게 기다린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대학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인데도 등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결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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