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올여름은 '덥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너무도 더웠다. 이렇게 더운 날은 시원하게 에어컨을 켠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지 싶다. 꼭 피서를 택해 간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영동에 있는 연수원으로 교육을 다녀왔다. '향부숙(鄕富塾)' 교육이다.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글방"이라는 뜻이란다. 교육생이 제주도에서 서울시까지 각 자치단체에서 많이도 참석했다. 마침, 향부숙장이 충북대학교 교수님이라 같은 도민으로서 덩달아 자부심도 느껴졌다.

 1박 2일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일상의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행하는 교육은 여행만큼이나 흥분과 설렘이 있다. 필자는 강의 듣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받는 자극으로 안주하고 싶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교육과정에서 논문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독 논문에 자신 없던 필자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을 아셨던지 담당교수님이 잘된 사례를 발표해도 된다고 했다. 그때 '아!'하고 떠오른 것이 막내 여동생이 하고 있는 일이었다. 동생은 시골집으로 귀농하여 요즘 회자되고 있는 6차 산업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경실련 간사로 근무했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희망제작소에서도 일을 했던 막내는 농어촌공사에서 일을 하면서 귀농을 생각했단다.

 엄마와 형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과감히 시골로 돌아왔다. 남자들도 힘든 농사일을 그것도 시집도 안간 처녀가 한다니 주변에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깨가 쏟아지는 마을'이라는 근사한 영농 법인을 만들고, 특허까지 냈다. 동생의 사례를 같이 다듬고 작성하면서 그간 많이 고생했구나 싶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 농촌지역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귀농하여 농사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동생은 귀농을 택했다. 비록 소득은 적어도 수도권 느린 농부시장 등을 찾아다니고, 지역의 로컬푸드 및 농부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지역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하여 땀의 대가를 제대로 받게 하고, 그들과 더불어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마음이 아직은 많이 애처롭지만 한편 믿음직스럽고 대견하다. 이런 동생에게 농담으로 서울시장 잘 아니까 참기름 좀 팔아 달라 부탁해보라니까 절대로 그렇게는 안 한단다.

 자기 힘으로 할 거라며 지금은 비록 남는 건 없지만 미래가 있다고 말하는 동생의 눈빛에서 얼핏 내일의 희망이 보인다. 필자가 퇴직하면 영업부장을 시켜준다고 같이 해보자는 농담에 자매가 함께 웃었다. 힘들게 농사지어 언니들에게 나누어 주면서도 힘든 내색 하나 없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 여자 손이라고 볼 수 없는 거친 손, 그런 막내 여동생을 애면글면 바라보지만 '깨가 쏟아지는 마을' 촌장다운 꿈이 있는 농사꾼에게 깊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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